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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5-16

160406 챔스8강 1차전 FC바르셀로나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by 로♥ 2016. 4. 8.


1516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FC Barcelona vs Athletico Madrid





故요한 크루이프는 그가 사랑해마지않는 바르싸가 2대1로 엘 클라시코에서 역전승했던 때에도, 경기가 끝나자 예의 시니컬한 말투로 이렇게 얘기했다. “축구는 정말 대단하다. 경기를 형편없이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 당시의 포스트에도 인정한 바 있듯 나는 엘클라시코의 승리에 도취되어 있으면서도 크루이프옹의 의견에 또한 고개를 끄덕였는데 실제로 그 경기에서 바르싸는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드리드에 동점골을 내어주었고 전반전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만큼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형편 속에서도 바르싸는 승리를 거두었었다는 점이다. ‘었’이라는 음소가 두 번 쓰였다. 그래, 나는 지금 한 시즌 전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시즌 전의 과거에서 바르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으나 이달초의 엘 클라시코에서는 기어이 패하고 말았다. 숨길 것도 없이, 나는 너무나도 분노한 나머지 정상적인 사고를 할 형편조차 못되었기에 해당 경기의 포스트는 쓰지 않았으나 이제라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알비셀레스테의 유니폼을 벗고 다시 블라우그라나를 입은 레오를 본 것이 새삼 반가웠기 때문만은 아니고 내 선수들에게 조롱섞인 자조적 깨우침을 얻기위함도 아니며, 오로지 이 경기가 요한 크루이프 헌정경기였기 때문이다. 모든 꾸레들이 이 문장에 고개를 주억거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꼭 승리했어야 할 경기였음에.






“Gràcies Johan.”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엘 클라시코는 참담히 패했고-오,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지. 져도 하필이면 마드리드의 신임 감독에게 졌으니 말이다. 바르싸는 이 경기에 패하면서 마드리드의 초짜감독에게 대단히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물론 일주일도 못가 볼프스부르크가 그 콧대를 눌러주었지만(그린 바이스 VFL!)- 돌아온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이전 경기가 요한 크루이프 헌정경기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첫문단 속 그의 인터뷰가 새삼 떠오른 것은 이 경기에 대한 감상이기도 했기 때문에 쓰라린 기억을 새삼 꺼내들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축구는 정말 대단하다. 경기를 형편없이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










1-1 루이스 수아레즈 동점골








2-1 루이스 수아레즈 역전골





역전승의 짜릿함은 더말해 무엇하겠느냐만은 그 역전승의 단점은, 역전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피가 마르는 시간과의 싸움을 견뎌야하는 것이다. 더욱이 바르싸는 바로 이전 경기에서 우리 최대 라이벌에게 패했고 그 주의 팀과 팬과 구단의 분위기는 한없이 좆같았기에 다소 불길한 상상이 고개를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루쵸는 아직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패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고 수아레즈의 이 필사의 두 골로 상위 토너먼트 진출에 보다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물론 ATM은 소중한 원정 한 골을 챙겼다. 물론 바르싸 또한 어웨이로 여겨야하는지 의문이지만). 경기는 형편 없었고 지금 내가 체감하는 상황(ㅋㅋㅋㅋ)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바르싸는 이 경기의 승리로 하여금 챔스 준결승 진출이 한층 가까워졌고 코파 델 레이는 결승전만을 앞두고 있으며 여전히 프리메라리가의 최상위에 위치해있다. 그렇기에 기쁘기도 하다. 이 경기의 승리에 대해서도 물론이고.




































음. 내 축구팬으로서의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을때부터 가져온 의문이 있는데 그것은, 나는 항상 내 팀이 이기길 바라고 완벽한 전술과 무브먼트로부터 빚어진 승리이기를 바라며 예민한 상황에서도 내 사랑하는 선수들이 젠틀하길 기대하고 그 어떤 구설수로부터 자유롭고 선수들이 알아서 잘 처신해주길 바라고 그 어떤 잡음도 필요없는 자리에 오로지 명예만이 남기를 바란다. 내가 팀에 바라는 이 완전무결을 향한 갈망이, 선수들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나 자신에게는 스스로를 옥죄는 것이 아닐까 늘 생각해왔다. 아니 사실은 내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잡은 그 불길한 예감은 너무나도 강렬해, 예감이라기 보다는 마치 어떤 조짐처럼-G.마르케스의 문장을 빌려-, 느껴졌음을 안다. 그렇기때문에 제 아무리 리오넬 메시에 대해서라고 해도 그를 성역화해서는 안된다고 경각심을 가져왔던 것인데, 그럼에도 나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내가 가진 이 막연하고 실체도 없는 걱정들이 현실로 나타날 일은 없을 거라고. 절대로. 그러나 아직은 확실히 말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그 모든 부분들을 포함해 인간의 모순이란 어쩌면 이토록이나 지독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