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솔저에서 스티브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간결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스티브는 보호라는 명목 아래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고 타협의 여지도 없다. 스티브 로저스는 그 누구보다 자유를 사랑하고 자유의 중요성을 알았다. 캡틴 아메리카가 사랑하는 제 조국이 자유를 향한 존중을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라는 것도. 이에 동조하기에 나는 캡틴 아메리카의 이념을 선택했고 내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금 증명하기 위해서 코믹스 시빌 워를 다시 보자.
코믹스 시빌 워의 발단은 철없는 히어로팀인 뉴 워리어스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실제 빌런 집단을 잡는 과정을 방영해 돈벌이에 이용 해먹으려다 폭발에 휘말린 초등학교의 수많은 아이들을 희생시키며 발발된다. 이에 분노한 정부와 시민들이 망할 슈퍼 히어로 집단을 정부에 귀속시켜 훈련/관리하도록 하는 초인등록법안을 제시하는데 캡틴 아메리카는 이 말도 안되는 법안에 반대해 그를 따르는 히어로들을 이끌고 정부를 등지게 되고 반대로 아이언맨은 그 아이들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희생자의 어머니를 계기로 이 법안에 찬성해 어벤져스의 두 리더는 뜻을 달리하게 되지. 이때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에 동조해 토니 스타크와 함께 반대파 히어로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토니 스타크의 방식에 회의를 느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후 캡틴 아메리카를 만난다.
피터 파커 「스티브(Grampaㅋㅋㅋ), 얘기해주세요. 온 나라 전체가 당신에게 맞설때, 가끔은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도 제대로 분간이 가지않을 때 당신같은 사람은 거기 어떻게 대처하죠? 당신은 사실상 이 나라 그 자체잖아요」
스티브 로저스 「정말 알고싶은가?」
피터 파커「알고싶은게 아니에요 캡. 알아야겠어요.」
스티브 로저스 「미국인으로 산다는게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이해했던 때가 기억나는군.」
스티브는 자신의 12살 시절을 회상하며, 수년간 반복해서 외워버릴 정도로 읽은 그 진실하고 강력한 ‘마크 트웨인’의 구절 중 “공화국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피터에게 읊어주는데, 이 구절은 꽤 기니 영화에 인용된 부분만을 다시 살펴보면 이렇다.
스티브 로저스 「“만약 나라에서 당신만이 한 방향의 길을 택한다면 그리고 당신의 신념이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조국에게 임무를 다한 것이다. 머리를 꼿꼿이 들어라. 부끄러워할 게 없다”.」
스티브 로저스 「이 나라는 한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세워졌네. 우리가 믿는 것을 옹호해야 한다는 것.
대중과 언론과 전 세계가 자네한테 비키라고 한다면, 자네의 임무는 진실의 강 옆에 스스로를 나무처럼
굳건히 뿌리박고 온 세상에 이렇게 말하는 거야. “싫어, 네가 비켜”.」
스티브의 스피치를 듣고 드디어 마음을 굳힌 피터 파커는 남은 생에 평생동안 스티브의 빵셔틀이 될것을 다짐하게 되는데, 스티브의 이 정신이 영화속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캡틴 아메리카의 팬이라면 시빌 워를 떠올릴때 스티브 로저스의 이 올곧은 신념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기에-그리고 이 신념은 퍼벤져와 윈터솔져를 잇는 아이덴티티였기에- 요즘말로 캡틴의 이 킬링파트를 엉뚱한 캐릭터(ㅋㅋㅋ)가 말하게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엇보다 이 아쉬움은 내가 코믹스 시빌 워의 스토리라인을 생각보다 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코믹스 시빌워의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에는 그 어느 한순간도 의문이 없거든.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루소 감독들이 프리미어를 돌며 팬들과 몇가지 질의응답을 했을 때 MCU 시빌워는 초인등록법안에 대한 것은 차용하겠지만 원작과는 많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이때 예상을 했어야 했다. 이미 윈터솔져때도 에오울도 원작과는 확연히 달랐기에 두 캐릭터의 방식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아예 중점이 달라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스티브는 70년만에 만난 친구가 살인병기로 이용되는 것을 보았고 그는 오랜 친구를 되찾고싶어 했다. 무기로써가 아닌 자신의 친구이자 가족으로서. 그러나 정부가 가져온 소코비아 협정에 동의하면 정체를 숨기고싶어 하는 동료들과-TV시리즈지만 맷 머독 또한 이를 갈며 반대할 것이 뻔하다(그리고 나는 부디, 맷과 스티브가 한 스크린 안에 있는 모습을 절절히 보고싶다)- 자신의 친구를 다시 빼앗길 위기에 처할 뿐만 아니라, 그가 윈터솔져로 이용됐을 때의 책임도 죄책감도 무엇하나 덜어줄 수 없게 되겠지. 그렇기에 스티브는 말한다. 그것에 사인하는 것은 자신이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조직은 변하며 체제 또한 변하게 되므로 결국엔 최초의 의도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무엇보다 슈퍼 히어로 조직이 정치에 개입되면, 캡틴이 우려한 대로 「가지말아야 할 곳에 어벤져스를 보내고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할 경우」 그땐 돌이킬 수 없어진다는 것을 그 협정의 첫머리만 보고도 알았던 것이다. 이 점을 근거로 토니와 대립했다면 좋았을텐데, 표면적으로 스티브는 이 법안이 가진 문제보다 버키 반즈를 되찾는 것에 혈안이 되어 방금 부모님 죽음의 진실을 보게 된 불쌍한 토니 스타크를 고기 다지듯 다져놓은 시정잡배만도 못한 파렴치한으로 인식된듯 하더군(분위기가 워낙 흉흉하기에 나 스스로 상처받을까봐 다른 사람들의 영화평을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악의에 민감하고, 글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악의를 눈치채지 못할만큼 멍청하지도 않지). 물론 이 점은 거듭 말하듯, 나에게도 아쉬운 점이기는 하다. 단지 나는 스티브 로저스의 성정을 믿고 존경하기에 그의 선택을 의심할 엄두조차 못낼 뿐이지.
반면 내가 너무나도 걱정했던 토니 스타크에 대해서는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개연성을 기반으로 행동해서 다행이었고 좋았다. 비밀이 많고 대담하고 속을 알 수가 없지만 그만큼 자신에게 확신이 있는 616 토니에 비해-오죽하면 캡이 토니에게 이렇게 말할 정도. 「자네는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일지는 몰라도 토니,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을 안다고 믿어. 그리고 자네가 결정을 내리면 그걸로 끝이지」- MCU 토니는 저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 때문인지 그가 조금만 힘들어해도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데(ㅋㅋㅋ), 어쨌든 그는 자신을 신봉하며 따르는(!) 동료들을 이용하지도 않았고 나름.. 스파이디에게도 다정했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았고, 내가 원했던대로 스티브에게 애원했다. 다시 말하기도 새삼스러울 정도로 로다주의 연기 또한 더할나위가 없이 훌륭했고. 무엇보다 캡틴과 버키와 토니가 2:1로 싸우게 된 계기가 법안 때문이 아니었던 것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으나 동시에 가장 가슴 아프기도 했는데, 아이언맨 수트를 멈추기 위해 스티브가 아크리액터에 방패를 내리꽂기 전, 토니는 진심으로 스티브가 자신을 죽일거라 생각해 얼굴을 가렸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슬프다ಥ_ಥ. 토니가 스티브를 죽일 수 없듯이 스티브 또한 토니를 죽일 수 있을리 없는데도 토니는 그 순간 진심으로 스티브를 두려워했고 그러면서도 끝까지 스티브에게 등돌리지 못했다. 버키를 부축해 돌아가는 스티브에게 방패는 두고 가라며 “당신은 그걸 가질 자격이 없어”라고 말한 것은, 방금 부모님의 살해장면을 본 불운한 하워드 스타크의 아들이자 그 하워드 스타크가 평생을 자랑스러워 했던 캡틴 아메리카를 향한 애증이 뒤섞인듯 해서. 스티브 로저스 또한 그것을 이해했기에 방패를 두고 자리를 떴을 것이다.
그러나 엔딩을 생각하면 다시금 아쉬운 것이, 드디어 찾은 버키를 보며 이제 더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며 버키가 기억을 완전히 되찾지 못했을 때에도 물에 빠진 ‘캡틴 아메리카’를 구해준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던 그 강인한 스티브가, 아무리 버키가 원해서라지만 그 저주받을 동면에 동의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 스티브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버키와 함께 고통을 짊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스티브는 바보야 남의 선택밖에 존중할 줄 모르는 바보ಥ_ಥ 하긴, 스티브라고 달리 어쩔 도리가 있었겠는가.
[1]/[2]/[3] 그냥 셋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ಥ_ಥ
어벤져스1에서는 겨우 악수나마 하고 헤어졌고 2에서는 토니가 어벤져스를 잠깐 떠났으나 시빌워에서 결국 그는 어벤져스 훈련소에 복귀하고 이번에는 캡틴 아메리카가 그의 방패를 두고(!) 자리를 비웠다. 스티브가 토니에게 보낸 편지를 되뇌자면 스티브는 토니가 혼자 저택에서 지내는 것보다 「자신보다 토니의 가족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어벤져스의 곁으로 돌아가 다행이라고 했는데, 나는 여전히 이 점만은 동의할 수 없지만-(ㅋㅋㅋ) 어벤져스는 토니를 포함해서, 스티브의 가족이다. 내게 토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셈블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멤버거든. 토니가 이기적이거나 단체행동에 어울리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에 자신의 손이 닿지 않으면 안되는 성미다. 이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효율지향적인 토니는 어벤져스의 보호자가 될 수는 있어도 그 토니 스타크에게도 캡틴 아메리카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을 믿는 동료라면 그 누구하나 두고 가지않는 캡틴 아메리카가 토니 스타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믿음을 보인것이 위로가 된다. 그 토니 스타크에게는 허접스레기보다 못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할 구식 핸드폰과 함께, 그는 이런 문장으로 편지를 끝마쳤다. 「If you need me, I'll be there.」
토니 스타크 「우리는 서로를 거의 빈사상태로 만들고도 몇마디 말로도 풀리던 시절이 있었지.
당신이 기억하고 있길 바라. 뭔가 아름다우면서도 구식 멘트였는데(ㅋㅋㅋ)」
스티브 로저스 「기억하네」
스티브 로저스 「“파트너, 일이 다 잘 풀려서 기뻐. 우리 아무 문제 없는거지?”」
토니 스타크 「“물론이야, 캡”」
우리는 마블이, 캡틴 아메리카가 언젠가는 얘기하게 될 「Avengers Assemble!」이라는 한 문장을 지나치게 소중히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지 않은가. 불행 중 다행으로 스티브가 죽지않고 끝났기에(ㅋㅋㅋ) 결국에는 이 문장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와 토니가 어깨를 나란히 둔 채로. 오, 캡틴 아메리카! 영화 한편한편에 나를 이토록이나 감정이입하게 할 수 있는 이 이상의 캐릭터는 없을 거야. 그래, 이 분량을 봐. 바르싸는 이용 당했고 나는 이 글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을 하고 있음을 부정할 도리가 없군ㅋㅋㅋ. trust cap to lead the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