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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7-18

170910 리그3R FC바르셀로나 vs RCD에스파뇰

by 로♥ 2017. 9. 12.


1718 프리메라리가 3라운드
FC Barcelona vs RCD Español





언젠가 얘기했듯 나는 특정한 대상을 향해 영원히 투영될 몇가지 잔상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임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페기와의 약속을 상기한 스티브 로저스의 다소 씁쓸한 얼굴, 응당 정체를 숨기고 수면 아래서 조용히 미국을 수호하리라 생각했던 토니 스타크가 준비된 인터뷰 멘트를 접고 던진 한마디, “I am Iron man.” (이후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구구절절 소개하는 것에도 귀찮음을 느낀나머지 자신을 향한 모든 의문을 ‘You know who I am’으로 일축하나, 한번도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했던 적은 없다.) 그리고, 광고 속에서 리오넬 메시라며 이름을 밝히고 등장한 앳된 소년의 쑥쓰러운 미소.


 


물론 그때 그 순간이 나와 리오넬 메시의 첫만남은 아니다. 나는 그 광고를 보기 전부터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꾸레이기 이전부터 축구팬이었으니까- 그 유명한 리오넬 메시의 얼굴 또한 본 적이 있었으나 그 이름을 내게 각인시킨 것은 분명히 그 미소였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낡지 않은 그 미소.










1-0 리오넬 메시




어 어 하는 사이에 들어간 팀메이트의 골상황을 더더욱 자세히 보고싶은 깜누 관중들




그리고
어김없이 빛나는 그 미소.

다시 서두로 돌아가보자. 내가 꾸레를 자처한지 근 10년이지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리오넬 메시의 그 수줍은 미소에 대해서.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첫사랑의 깨달음이나 인생을 관통하는 충격적인 무엇을 접했을때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다. 그런 감정은 강렬하다고 표현하지 잔상이라는 단어를 쓸 필요는 없거든. 나는 레오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다양한 감정과 풍부한 표정을 봐왔다. 그에따라 덧씌워지고 희미해진 기억도 많지. 잔상이 발휘되는 것은 그런 때다. 격정적이고 강렬한 감정이 지나가고 난 뒤에 남는, 내게서 리오넬 메시를 이루는 여운.





2-0 리오넬 메시 추가골




짜증이 치밀어 오르거나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가도 레오를 떠올리면 그 여운에 힘입어 나도 모르게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게 되는 그런 감정이지. 대단하지 않은가. 한 사람이 이렇게 꾸준한 시간동안 타인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천진한 미소를 지우지 않을 수 있다는게. 내가 레오에게 느끼는 이 잔상이야말로 피치 위의 리오넬 메시에게서 단 한번도 실망한 적 없는 신뢰의 증표다. 리오넬 메시는 그것을 해냈다.





3-0 리오넬 메시 해트트릭




물론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리오넬 메시 역시도 토니 스타크의 그 캐치 프레이즈(ㅋㅋㅋ)를 빌려도 될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알잖아”





4-0 제라르 피케







Manita-0 루이스 finally 수아레즈 




안될 놈은 안되는 경기라고 고개를 가로저었으나, 결국은 해내고 만 집념의 수아레즈.
리오넬 메시의 골이 내게 주는 만큼의 감흥은 없지만 나는 이 골 역시도 순수히 기뻐했다. 물론 기뻐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나는 여전히 수아레즈를 아주 대단한 축구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ㅋㅋㅋ) 골감각만은 정말로 기가 막히게 좋다는 생각은 한다. 수아레즈가 안되는 플레이를 연이어 보여도 안될 놈은 안되넼ㅋㅋㅋ 하고 웃고 마는게 그 반증이지. 진짜 안될 놈이라고 생각했으면 애초에 웃음은 커녕 언급도 안했을 테니까(ಥ_ಥ).



























나는 오늘도 꽤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뜬금없이 올라온, ‘피아노 치는 리오넬 메시’를 보고 또 하루를 견뎠다. 리오넬 메시와 피아노라니. 존 스노우가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을 갖는 것 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들리는데 레오 연주가 존나게 능숙한거 실화냐.. 이 이상 얼마나 더 반해야 되는데ಥ_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