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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7-18

170814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1차전 FC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

by 로♥ 2017. 8. 15.

 

SuperCopa de España 2017 1st leg

FC Barcelona vs Real Madrid

 

 

이번 여름동안 나는 점점 머리가 굳어가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약 4개월간 스터디 그룹에 참여했다. 그리고 공부의 일환으로 게임을 하는 중에 YES와 NO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도록 룰을 정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내가 바르싸 팬이라는 것을 알게 된 팀원이 나를 도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렇게 묻더군.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이 레알 마드리드 맞죠?”

 

 

 

나는 NO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물론 YES라는 단어도(ㅋㅋㅋ).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꽤 마음에 들어했는데, 그것은 바르싸와 마드리드가 갖는 라이벌리즘이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할 만큼의 분명함을 갖고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확실하고 분명하고 명백한 것을 좋아하거든. 흑과 백만큼 명확하고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지만, 이런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웃해야 하는 관계의 것들처럼. 나는 마드리드가 싫고 바르싸가 좋다. 하지만, 2017-2018시즌의 오프닝 게임으로 예정된 엘 클라시코, 이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를 내가 기대하고 있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하기 어렵더군.

 

 

 

 

전반전은 꽤 재밌었다. 발베르데 감독과 함께하는 새시즌을 향한 희망을 키우기에 나쁘지 않은 게임이었고, 후반전이 되자 안타깝게도 피케가 자책골을 넣긴 했지만 피케를 탓할 생각은 여전히 없다. 자책골을 넣는 대부분의 선수가 그러하듯 그는 제 자리에서 수비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으나 실수를 하나 낳았을 뿐인 것이다. 물론 그 실수가 그 시점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이긴 했지만,

 

1-1 리오넬 메시 PK골



팀메이트가 열심히 뛰다가 낳은 실수는 또다른 팀메이트가 만회한다.

팀워크라는 달콤한 단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잔잔한 미소의 여운이 계속 갔다면 좋았겠지만 이후 내리 두 골을 먹히고 결국 1대 3이라는 치욕적인 스코어로 게임은 마무리 되었다. 이제와서야 내가 마드리드를 싫어하는 이유는 사실 별거 없을 것이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내 팀을 이겼으니까 존나게 꼴보기 싫은거지. 바르샤가 져서 열받아 뒈지겠으니까 싫다고ಠ益ಠ.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바르싸는 졌고 내 자존심은 상처 받았다.

 

 

 

 

170807@ 감페르컵 Barcelona 5-0 Chapecoense

올해는 감페르컵 마저 보지않아서 경기에 대해 할 말은 딱히 없지만 이 사람,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싸는 새로운 감독을 맞이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는 발렌시아를 거쳐 아슬레틱 클럽을 이끌었고 마침내 바르셀로나에 입성했는데, 이 나란히 줄지은 클럽의 이름만 봐도 그의 축구 스타일이 보이는 것 같다. 숨길것도 없이, 나는 바르싸가 발베르데와 계약했다는 것을 알고 쾌재를 불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보드진이 이것 만큼은 최선을 다한거지. 비록 내가 그와 함께하는 이 첫 게임을 처참히 망치고 말았지만-결과론적으로 말해서-, 다행히 나는 새로운 감독들에게 꽤 관대한 편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내가 호감가진 리가 클럽들을 거쳐서 바르싸로 왔다. 내가 호감을 가진 클럽, 이 문장은 내게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팀’의 이음동의어다. 바르셀로나 정도 되는 팀이 항상 이기기만 할 수 있나. 축구를 보게하는 근본적인 재미도 있어야지. 내가 바라는건 그것 뿐입니다 감독님. 재밌게 이기는 거요^_^ 잘 부탁해요.

 

그리고 내 사랑하는 선수들도.

네이마르의 이적 과정을 보고 나는 다시금 원클럽맨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원클럽맨에 대해 깊게 생각한 것은 발데스가 팀을 떠났을 때와 네이마르가 팀을 떠났을 때 뿐이지만 그 의미는 다소 달랐는데, 글쎄. 생각해보니 근본적으로는 같을지도 모르겠더군-내 생각의 맥락이 같다는 거지 발데스가 네이마르와 같다는 의미는 아니고-. 어쨌거나 나는 네이마르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도 블라우그라나를 입고 꽤 오래 버틸 거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 그걸 보고 나는 깨달았다. 블라우그라나를 입는 것에 명예를 느끼는건 팀이 문제없이 잘 굴러갈때 뿐이라는 것을. 지나간 일에 많은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그 모든 가지를 거쳐 결국 내게 남은 생각은 단 한가지 뿐이다. 나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리오넬 메시를, 더이상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한다는 것.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같은 총평을 내릴까 한다.
아, 편한 날 다 갔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