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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6-17

170305 리그26R FC바르셀로나 vs 셀타 비고 +Assemble

by 로♥ 2017. 3. 7.



1617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
FC Barcelona vs Celta de Vigo





오랜만에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게임이었던 것 같다. 영화 로건을 본지 며칠이 지났는데, 영화관을 나오기 전부터 이미 초토화 된 머릿속이 지금까지 회복을 못하는 바람에 사실 경기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숙연). 영화보고 이렇게까지 멘탈 갈리고 울었던게 너무나도 오랜만이라, 마블 히어로들을 호감도 높은 순으로 줄 세우면 중간쯤에나 세웠을 로건이, 내가 메윽씨이 얼굴 보고 함박웃음 지었던 그(!) 기억을 지우넼ㅋㅋㅋㅋ 오, 정말 어마어마 했다. 너무 깊은 여정이었다.


 


다시 기억을 천천히 더듬어보자. 바르싸는 리가 26라운드를 치뤘고 여전히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물론 마드리드는 아직도 한 경기를 덜 치룬 채다- 루쵸가 어지간히도 애를 먹던 그 셀타 비고를 상대로 5골을 득점하며 낙승했다. 그래, 낙승. 기분 좋은 단어다. 로건이 그 개고생을 하고 좆같은 호모 사피엔스들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고 있는데 그 호모 사피엔스중 하나인 내가 기분 좋아해도 되는 거야ಥ_ಥ?









1-0 리오넬 메시 선제골



이어지는 레오의 골 셀러브레이션




좋아, 알았어, 당장 전화할테니까 폰 번호 좀 알려줄래( ͡° ͜ʖ ͡°)?





2-0 네이마르






3-0 이반 라키티치






4-0 퍼스트팀 데뷔골을 넣은 사무엘 움티티



바르싸로 이적해 벌써 착실히 16경기를 뛰었고 제 자리에서 묵묵히 할일 잘 하던 우리 움티티의 프리메라리가 데뷔골. 어린데 벌써부터 듬직해서 좀 더 연차가 쌓였을 때는 어떤 선수로 완성될지 정말 궁금한 선수 중 하나다. 선수들 생각도 마찬가지였는지 죄다 함박웃음 지으면서 다가오는거 너무 좋아ಥ_ಥㅋㅋㅋ 축하해 움티티,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이와중에 제일 아빠미소 짓는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anita-0 리오넬 메시 추가골



이 경기는 꽤 좋았던지라-비록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찰스와 로건에 지배당해 있지만- 다가올 챔스 16강 2차전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레 상승했는데, 축구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게도 다가오는 2차전은 단순히 기대된다 라고만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1차전에 아주 흠씬 두들겨 맞은데다, 못해도 원정골 하나 정도는 챙겼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도 못했지. 그렇게 털리고도 PSG가 바르싸보다 전력이 낫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그래도 챔스 본선에 오른 팀을 상대로 무실점 대승하기는 쉽지 않다-물론 1차전의 PSG는 이미 성공했지만-. 하지만 닥친 상황이 어떻든 나는 바르싸의 상위 토너먼트 진출을 목표로 응원할 것이고, 바르싸라면 내 기대에 부응해줄 것이다.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내가 과연 어떤 악담을 쏟아낼지 기대해봐도 될 거야(찡긋).







***
오, 지난 포스트도 무사히 잘 넘겼는데, 못참고 꺼내들고 말았으니 이참에 마무리 지어보자.
엑스맨을 보고나면 재미삼아라도 한번쯤은 이런 고민을 해본적 있을 것이다. 내가 뮤턴트라면 나는, 찰스의 편에 설것인가 에릭의 편에 설것인가. 물론 나는 오리지널 엑스맨을 볼 때도 그 시리즈의 프리퀄을 볼 때도 망설임 없이 에릭을 택해왔다. 물론 매그니토의 능력이 몹시 까리하다는 이유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ㅋㅋㅋ)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교수님처럼 인간의 추악한 면을 알고서도 그들을 포용할 수 있을만큼 너그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그런 내 머릿속조차 읽어도 나를 끌어안았겠지만 나는 차별받는 소수자의 처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영화 엑스맨은 단 한번도, 단순히 비상한 능력을 가진 뮤턴트 히어로들의 유쾌한 영웅담을 그린적 없다. 이유를 불문하고 차별 받는 소수자를 옹호하고 투쟁하는 영화인 것이다.




엑스맨 시리즈 로건 스포주의 [gif via]


영화 로건은 17년간 이어진 이 길 위에서, 내 선택이 얼마나 옳았는지 확인한(!) 영화였다.
인간은 여전히 잔인하기 짝이없고, 인간들의 놀랍도록 교활하고 지능적인 업적 덕분에 뮤턴트들은 더이상 자연적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만들어 졌으며,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던 뮤턴트들은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잃어갔다. 세계 최고로 위험한 두뇌를 가진 찰스 자비에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알츠하이머로 고통받고 어째선인지 토니 스타크 보다 많던 재산도 잃은채 때때로 로건을 원망하며 퍽킹 90대가 되었다. 영원히 나이들지 않을 것 같던 울버린, 로건은 무언가의 중독으로 재생능력을 잃어가고 언젠가 찰스가 죽으면, 곧 자신도 따라 죽을 수 있기만을 바라며 살아간다. 재생능력을 잃어가는 자신의 몸보다 ‘썬 시커’ 살 돈을 벌어다줄 자신의 자동차를 더 걱정하고 노안이 오고, 다리를 절고. 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이미 눈물을 찔끔 흘렸다(ㅋㅋㅋ). 지금까지의 엑스맨 시리즈 모두가 그랬듯이 이 로건도 상쾌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는 없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토록이나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잔인하기 짝이 없으며 지나치게 가혹하리라고는 상상조차도 못했다. 휴 잭맨이 청불영화를 고집할 때부터 각오했어야 했는데, 이토록이나 처절하고 잔인할 줄은 정말로 예상치도 못한 것이다. 물론 잔인하다는 것은 동음이의어로 액션의 수위가 그랬으며 서사 또한 그랬다. 울고 울고 울다가 울면서 영화관을 나왔다. 울버린이 나를 죽인다면 그 단단한 아다만티움 클로로 죽일 줄 알았는데, 울다가 지쳐죽게 만들 생각인 줄은 몰랐어….


그리고 그 캐릭터가 준 충격과 여운이, 내가 살아있는 사람 중 가장 사랑하는 남자인 리오넬 메시(ㅋㅋㅋ)의 미소를 본 기분까지 지우며 자신의 시리즈를 마무리 했다. 휴 잭맨은 무려 17년동안 울버린을 연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울버린이 나오는 모든 시리즈를 보며 자랐고, 영원히 늙고 지치지 않을줄 알았던 로건이 나이들고 병들고 삶에 환멸을 느낄만큼 지쳐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렇게까지 잔인할 필요가 있었느냐며 울고 뮤턴트 시대의 종말을 본 기분에 다시 눈물을 흘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울버린 트릴로지 중 가장 멋진 작품이 되어 완전한 안녕을 고했다. 기분이 이상하다. 휴 잭맨은 볼 수 있지만 그의 울버린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엑스맨은 그 시리즈 최초부터 히어로 영화에 철학을 담아내더니 이제와서야 새삼 로건이 캐릭터에 대한 생명력과 내가 그 가치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해왔는지 깨닫게 할 줄이야. 오, 로건, 더이상 이 계곡에 총성이 울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


Mutant and Pro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