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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6-17

170309 챔스16강 2차전 FC바르셀로나 vs 파리 생제르망

by 로♥ 2017. 3. 11.



1617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 Barcelona vs Paris Saint-Germain





스포츠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얼마전에 아주 전형적인 헐리웃 하이틴 스포츠 영화를 한편 봤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Football(fútbol이 아니라)팀 쿼터백으로 출연하지 않았다면 보지않았을 것이고 ‘하이틴’ 스포츠물은 선수들(주인공)의 성장자체에 의의를 두기에 스포츠 자체에 집중할 필요도 없지만, 극 중 인상깊었던 구절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밀어내고 쿼터백 자리를 꿰찬(ㅋㅋㅋ) 그는 말했다.


“코치는 이 48분이 우리의 48년을 결정한다고 했지만, 엿먹으라 그래. 이제 밖으로 나가서 앞으로의 24분만을 위해-3쿼터째의 타임아웃이었기 때문에 경기종료까지 24분 남아있는 상황이라- 남은 24분을 뛰고 떠나자. 우리에겐 후반전 동안 신처럼 풋볼을 할 기회가 있어, 패배를 두려워할 여유는 없지. 두려움은 있을 수 없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공감했다.
스포츠는 모든 예외와 변수와 양가감정과 모순에 가장 자유롭지 않은가. 필승법이 없기에 승패만이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승리를 확정짓는 그 순간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보상받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나는 은연중에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 중의 한 요소로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반드시 이기는것과, 절대로 패하지 않겠다는 문장의 온도가 다르듯이 지극히 미묘한 부분이지만 두려움은 상기할 가치가 있는 감정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쪽 문장을 더 좋아한다.





1-0 루이스 수아레즈 선제골



경기가 시작되고 단 3분만에 들어간 루이스 수아레즈의 선제골.
다시 말하지만 모를 수가 없게도 바르싸는 몹시 상황이 좋지않았다. PSG와 16강 1차전 게임을 치르기 위해 파리 원정을 떠났으나 4대0이라는 실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스코어로 털리고 돌아왔던 것이다. 더욱이 원정다득점제로 치뤄지는 토너먼트 게임에서 영혼까지 털리는 동안 원정골 하나 넣지 못한채 무력하게 패했다. 물론 그렇게되어 편한것 한가지는 있었다. 2차전은, 닥치는대로 더 많은 골을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킥오프 후 3분.



내가 축구보다가 열받아 뒈지거든 내 유서의 첫줄이자 마지막줄을 장식하게 될 그 골라인 판독기를 이미 들여놓은 유에파 덕분에, 다행히 수아레즈의 이 골은 제때에 득점을 인정받았다. 4대0에서 4대1이 되었을 뿐이라 여전히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나는 몹시 기뻐했다. 응당 기뻐했다. 하지만 아래의 장면은 나를 더 기쁘게 했지.





90분동안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 이기는것이 목표일 바르싸는 극히 이른 3분대에 선제골을 넣고도 침착히 서로를 다독였다. 이 순간 나는 피케의 인터뷰들을 떠올렸다. 피케는 항상 팬들을 채찍질 하거든. 의심하지 마라, 깜누에 와서 선수들에게 성의를 보여라(ㅋㅋㅋ물론 의역. 진짜로 오해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클럽의 이름을 목청껏 외쳐라,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마라…. 4대0으로 털리고 돌아온 주제에 뻔뻔히 말하는 피케의, 이 어린애 투정보다 무모하고 순진한 바람들은 항상 나를 고취시키는 것이다. 긍정적인 상황이 아닌 것은 알지만 내 선수들을 믿으면 그들 또한 내게 성의를 보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2-0 이니에스타→ 크루자와 자책골



원조 난세의 영웅 이니에스타의 의도치않은 재치에 꼼짝없이 당한 크루자와.





3-0 리오넬 메시 PK골



이 시점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1). 닥치는대로 넣으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었으나 축구에서는 닥치는대로 골을 넣는게 가장 어려우니까. 전반전을 이미 2대0이라는 나쁘지 않은 스코어로 마무리하기는 했으나, 그래, 8강에 진출할 생각이 없었다면 그랬겠지. 그러나 바르싸는 명백히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팀이고 후반전 이른 상황에 얻은 PK를 놓칠 수는 없다.


스코어와 무관히, 긴박한 상황에 으레 그랬듯 레오는 골 셀러브레이션을 생략했으나





굳이 달려와 패널티키커를 격려하고 재빨리 제 자리 찾아 돌아가는 사랑스런 팀메이트들.
지금의 이 숨막히는 상황과 레오의 이 간결함은 내게 언젠가의 AC밀란 2차전을 떠오르게 했다. 어느 때의 2차전인지는 꾸레들이라면 쉽게 짐작할 것이다. 물론 그때 그 게임도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게임이었던지라 나는 당시의 포스트를 쓰며 미래의 내 팀을 위해서라도 이날 느낀 이 기분을 절대로 잊지않겠노라 맹세했고 오늘까지도 유효하지만, 이날 느낀 이 게임이야말로 경기가 끝났을 때의 그 기분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다짐은 45분 뒤의 일이고, 실점하는 순간 모든것이 좆같아질 것이 뻔한 상황에 바르싸는 실제로 실점을 하고 만다.

실점후 60분부터 87분까지는 정말이지,
영원히 불타오르는 지옥과도 같고 끝없이 차갑고 어두운 심해와도 같은 기분을 느꼈으나





4-1 네이마르 프리킥 골



이 골과 함께 심폐소생했다(ㅋㅋㅋㅋ).
이 경기는 정말 90분이 너무 길고 너무 짧아서 미치는줄 알았다. 킥오프 휘슬이 불리기도 전에 빨리 경기가 끝나기를 바랐고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시간이 모자랄까봐 초조했다. 이 게임을 얼마나 걱정하며 기다렸는지 그 새벽에도 알람이 울리기 10분전에 눈을 번쩍 떴으며 경기가 진행될 때는 모든 시간이 정지한줄 알았지(ㅋㅋㅋ).





5-1



이 시점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2).
PK는 판정이 내려지고 키커가 공을 차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더 사람을 피말린다고ಥ_ಥ 차라리 예고없이 골이 들어가면 좋겠는데 패널티킥은 정말정말정말정말 심장 떨려서 간절히 두손을 맞잡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알겠지만 나는 PK찬스에 그리 목숨 거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의 내가 아무리 그렇다고한들 이 게임, 이런 상황에조차 그럴 수 있으면 그건 사람 아냐, 사람 아니고 축구팬도 아냐(단호). 3대1 됐을땐 진짜 세상 좆같고 지구새끼 그냥 터졌으면 좋겠고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었지만 5대1, 그것도 심지어 90분에 토탈스코어 5대5까지 만드는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어요ಥ_ಥ.. 이 시점엔 정말 바르싸가 자랑스러워 미치겠는 와중에도 그 빌어먹을 원정골(!) 하나 안넣고온게 두고두고 내 숨통을 조일까봐 우려했으나,

알았어, 원정골 생각이 안나게 해주면 되잖아.





6-1 세르지 로베르토 역전골





인저리타임이 끝나기 직전, 토탈스코어를 6대5로 역전한 그 기념비적인 최후의 득점.
내가 이전 포스트에서 로건 보고와서 대성통곡 좀 했기로서니 그 잠깐 한눈 파는 것도 싫어서 추꾸로 사람을 울려요ಥ_ಥ? 너무 놀라서 손으로 짝, 박수를 치면서 악 소리를 내질렀네.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예의 밀란2차전에서 나는 이미 ‘좋아서 눈물이 나는 경험을 했다’고 밝힌적 있으나 이 게임은 명백히 그 이상이었다. 역대 경기들 중 16강 1차전에서 4대 0으로 패한 후에 2차전에서 그 결과를 뒤집은 팀은 없었으나 바르싸가 그 역사를 새로 썼고, 축구의 근현대사에 또 새로운 항목을 새기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가 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스코어러 세르지 로베르토는 크게 환호하며 팀메이트들에게 달려가고,
리오넬 메시는 직진했다.






레오는 이 위험천만한 짓을 하면서, 자기가 무척이나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도 못할만큼 기뻐했다. 리오넬 메시가 축구의 현대사에 기여한 활약이 얼마이고 그토록이나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에도 이토록이나 환호한 적은 없었으나 그는 그렇게 했고, 팬들은 소중한 이 바르싸의 심볼을 안전하게 받쳐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족함 없이 열광 했다. 레오가 벌이는 무모한 짓들 중(ㅋㅋㅋ) 이 장면은 내게 두고두고 잊지못할만큼 강렬하고 기분 좋은 씬이 될 것이다.




















이렇게 바르싸는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보다 숨막히는 16강전을 뚫고(ㅋㅋㅋ).
































우리 피케 우냐ಥ_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루쵸ಥ_ಥ
고마워요 고마워요ಥ_ಥ





우리 (차기) 회장님 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존나게 귀엽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피케.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사실 이 경기 난세의 영웅은 이견의 여지 없이 네이마르지만(!) 이 경기를 그 어느때보다 기다리게 해준 선수는 명실공히 이 제라르 피케이다-물론 그 어떤 빅매치를 앞둔 때에도-. 앞서 언급한대로 누구보다 무모하고 순진하리만치 팬들의 조건없는 사랑을 바라는 피케는, 그 자신이 정말이지 맹목적으로 꾸레들을 신뢰하기에 자신이 바라는 그 애정도 가감없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케의 이 황당한 마법은 신기하게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공했다.








***
경기가 끝났으니 그럼 이제 서두로 돌아가 다시 예의 영화에 대해 얘기해보자.
주인공의 스피치에는 뒤따르는 대사가 더 있는데,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두려움 때문에 후반 게임을 망치게 된다면 우린 변명만 남을뿐이다. 영원히 의문을 가지면서. 하지만 우리가 나가서 최선을 다하면 그건 영웅적인 일이야. 필드로 나가서 영웅이 되자”고. 뒷부분은 클라이막스를 극대화하는 장치에 불과하니 넘어가고,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망친 게임에 대한 영원한 의문’이다. 바르싸는 완벽한 게임을 했으나 3대1이 되었을 때는 나조차도 갈등했다. 익히 말해왔듯이 나는 패배에 절대로 너그러운 성미가 아니고 ‘비록 졌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는 문장의 모순을 극도로 혐오하나, 3대 1이 되고 바르싸의 기세가 약간 꺾였을때 무심결에 생각한 것이다. 이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이번에야말로 ‘8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바르싸는 정말로 최고였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고. 비록 상위진출에는 실패했을지라도 바르싸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의문을 가지겠지. 이게 정말로 우리의 최선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정말로 내 모순을 인정했을까. 내가 과연 어떤 구차한 방식으로 바르싸를 변호했을지-변호를 하기는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내 선수들에게 고맙다.






바르싸는 기적을 만들었고, 나를 두번이나 좌절해 울게 만든 이 나라는 법치국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드디어 나를 환호하게 만들었다. 두 개의(!) 근현대사 한 페이지에 서있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군. 말이나 문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쉽게 와닿지도 않으면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기분(ㅋㅋㅋ). 인생이 항상 이처럼 행복하지는 않더라만 그럼에도, 오, Viva la V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