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 Barcelona vs Paris Saint-Germain
2-0 이니에스타→ 크루자와 자책골
원조 난세의 영웅 이니에스타의 의도치않은 재치에 꼼짝없이 당한 크루자와.
3-0 리오넬 메시 PK골
이 시점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1). 닥치는대로 넣으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었으나 축구에서는 닥치는대로 골을 넣는게 가장 어려우니까. 전반전을 이미 2대0이라는 나쁘지 않은 스코어로 마무리하기는 했으나, 그래, 8강에 진출할 생각이 없었다면 그랬겠지. 그러나 바르싸는 명백히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팀이고 후반전 이른 상황에 얻은 PK를 놓칠 수는 없다.
스코어와 무관히, 긴박한 상황에 으레 그랬듯 레오는 골 셀러브레이션을 생략했으나
굳이 달려와 패널티키커를 격려하고 재빨리 제 자리 찾아 돌아가는 사랑스런 팀메이트들.
지금의 이 숨막히는 상황과 레오의 이 간결함은 내게 언젠가의 AC밀란 2차전을 떠오르게 했다. 어느 때의 2차전인지는 꾸레들이라면 쉽게 짐작할 것이다. 물론 그때 그 게임도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게임이었던지라 나는 당시의 포스트를 쓰며 미래의 내 팀을 위해서라도 이날 느낀 이 기분을 절대로 잊지않겠노라 맹세했고 오늘까지도 유효하지만, 이날 느낀 이 게임이야말로 경기가 끝났을 때의 그 기분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다짐은 45분 뒤의 일이고, 실점하는 순간 모든것이 좆같아질 것이 뻔한 상황에 바르싸는 실제로 실점을 하고 만다.
실점후 60분부터 87분까지는 정말이지,
영원히 불타오르는 지옥과도 같고 끝없이 차갑고 어두운 심해와도 같은 기분을 느꼈으나
4-1 네이마르 프리킥 골
이 골과 함께 심폐소생했다(ㅋㅋㅋㅋ).
이 경기는 정말 90분이 너무 길고 너무 짧아서 미치는줄 알았다. 킥오프 휘슬이 불리기도 전에 빨리 경기가 끝나기를 바랐고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시간이 모자랄까봐 초조했다. 이 게임을 얼마나 걱정하며 기다렸는지 그 새벽에도 알람이 울리기 10분전에 눈을 번쩍 떴으며 경기가 진행될 때는 모든 시간이 정지한줄 알았지(ㅋㅋㅋ).
5-1
이 시점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2).
PK는 판정이 내려지고 키커가 공을 차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더 사람을 피말린다고ಥ_ಥ 차라리 예고없이 골이 들어가면 좋겠는데 패널티킥은 정말정말정말정말 심장 떨려서 간절히 두손을 맞잡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다. 알겠지만 나는 PK찬스에 그리 목숨 거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의 내가 아무리 그렇다고한들 이 게임, 이런 상황에조차 그럴 수 있으면 그건 사람 아냐, 사람 아니고 축구팬도 아냐(단호). 3대1 됐을땐 진짜 세상 좆같고 지구새끼 그냥 터졌으면 좋겠고 우주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었지만 5대1, 그것도 심지어 90분에 토탈스코어 5대5까지 만드는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어요ಥ_ಥ.. 이 시점엔 정말 바르싸가 자랑스러워 미치겠는 와중에도 그 빌어먹을 원정골(!) 하나 안넣고온게 두고두고 내 숨통을 조일까봐 우려했으나,
알았어, 원정골 생각이 안나게 해주면 되잖아.
6-1 세르지 로베르토 역전골
인저리타임이 끝나기 직전, 토탈스코어를 6대5로 역전한 그 기념비적인 최후의 득점.
내가 이전 포스트에서 로건 보고와서 대성통곡 좀 했기로서니 그 잠깐 한눈 파는 것도 싫어서 추꾸로 사람을 울려요ಥ_ಥ? 너무 놀라서 손으로 짝, 박수를 치면서 악 소리를 내질렀네.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예의 밀란2차전에서 나는 이미 ‘좋아서 눈물이 나는 경험을 했다’고 밝힌적 있으나 이 게임은 명백히 그 이상이었다. 역대 경기들 중 16강 1차전에서 4대 0으로 패한 후에 2차전에서 그 결과를 뒤집은 팀은 없었으나 바르싸가 그 역사를 새로 썼고, 축구의 근현대사에 또 새로운 항목을 새기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가 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스코어러 세르지 로베르토는 크게 환호하며 팀메이트들에게 달려가고,
리오넬 메시는 직진했다.
레오는 이 위험천만한 짓을 하면서, 자기가 무척이나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도 못할만큼 기뻐했다. 리오넬 메시가 축구의 현대사에 기여한 활약이 얼마이고 그토록이나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에도 이토록이나 환호한 적은 없었으나 그는 그렇게 했고, 팬들은 소중한 이 바르싸의 심볼을 안전하게 받쳐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족함 없이 열광 했다. 레오가 벌이는 무모한 짓들 중(ㅋㅋㅋ) 이 장면은 내게 두고두고 잊지못할만큼 강렬하고 기분 좋은 씬이 될 것이다.
이렇게 바르싸는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보다 숨막히는 16강전을 뚫고(ㅋㅋㅋ).
우리 피케 우냐ಥ_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루쵸ಥ_ಥ
고마워요 고마워요ಥ_ಥ
우리 (차기) 회장님 울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존나게 귀엽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피케.
영웅은 난세에 난다고, 사실 이 경기 난세의 영웅은 이견의 여지 없이 네이마르지만(!) 이 경기를 그 어느때보다 기다리게 해준 선수는 명실공히 이 제라르 피케이다-물론 그 어떤 빅매치를 앞둔 때에도-. 앞서 언급한대로 누구보다 무모하고 순진하리만치 팬들의 조건없는 사랑을 바라는 피케는, 그 자신이 정말이지 맹목적으로 꾸레들을 신뢰하기에 자신이 바라는 그 애정도 가감없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케의 이 황당한 마법은 신기하게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공했다.
***
경기가 끝났으니 그럼 이제 서두로 돌아가 다시 예의 영화에 대해 얘기해보자.
주인공의 스피치에는 뒤따르는 대사가 더 있는데,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두려움 때문에 후반 게임을 망치게 된다면 우린 변명만 남을뿐이다. 영원히 의문을 가지면서. 하지만 우리가 나가서 최선을 다하면 그건 영웅적인 일이야. 필드로 나가서 영웅이 되자”고. 뒷부분은 클라이막스를 극대화하는 장치에 불과하니 넘어가고,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망친 게임에 대한 영원한 의문’이다. 바르싸는 완벽한 게임을 했으나 3대1이 되었을 때는 나조차도 갈등했다. 익히 말해왔듯이 나는 패배에 절대로 너그러운 성미가 아니고 ‘비록 졌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는 문장의 모순을 극도로 혐오하나, 3대 1이 되고 바르싸의 기세가 약간 꺾였을때 무심결에 생각한 것이다. 이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이번에야말로 ‘8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바르싸는 정말로 최고였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고. 비록 상위진출에는 실패했을지라도 바르싸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의문을 가지겠지. 이게 정말로 우리의 최선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정말로 내 모순을 인정했을까. 내가 과연 어떤 구차한 방식으로 바르싸를 변호했을지-변호를 하기는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내 선수들에게 고맙다.
바르싸는 기적을 만들었고, 나를 두번이나 좌절해 울게 만든 이 나라는 법치국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드디어 나를 환호하게 만들었다. 두 개의(!) 근현대사 한 페이지에 서있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군. 말이나 문장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쉽게 와닿지도 않으면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기분(ㅋㅋㅋ). 인생이 항상 이처럼 행복하지는 않더라만 그럼에도, 오, Viva l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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