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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6-17

170212 리그22R 데포르티보 알라베스 vs FC바르셀로나+

by 로♥ 2017. 2. 13.



1617 프리메라리가 22라운드
Deportivo Alavés vs FC Barcelona





원하든 원치않든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몇가지 인생의 지론을 얻게된다. 바르싸에 대한 직접적인 지론에서 벗어나 얘기하건데, 내가 살면서 얻은 인생의 교훈 중 하나는,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게 조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에는 극심히 분개하지만 불공평한 것에 대한 면역은 없다. 공평함 보다 불공평한 것을 더 많이 보고 학습하고 겪어왔지만 그것은 대체로 악의없이 닥쳐오기에 사람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악의 없이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남기고 가는것들에 대한 감정의 잔상이나 울분을 어디에 풀 수 있다는 말인가.


 


바르싸는 전반기, 고작 3라운드째에 갓 승격해 혈기만 끓어넘치던 팀에 패하고 만다. 시즌 초반의 승격팀이 갖는 의욕은 라리가 우승팀의 그것과 비견될 정도로 투지에 불타오르는 때이기에 -대개는 세군다 리가를 정복하고 올라온 팀들이고, 데포르티보 알라베스는 실제로 2015/16시즌 세군다리가 챔피언이었다- 아주 놀랍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 승격팀의 기세를 꺽어놓는 것도 전년도 챔피언이 해야할 일이지. 하지만 전반기의 바르싸는 그 역할을 해내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충격패라는 데미지를 입었다.









데미지를 입었으면 복수를 해야지.
그렇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은가. 물론 바르싸도 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스포츠의 생리를 이해하는 것과 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거든. 언젠가 얘기했듯-인생의 지론에 대해 다시 얘기하자면-, 자고로 복수를 해야할 때는 가장 잔인하게 돌려주는 쪽이 좋지. 바로 이 스코어처럼 말이다.


0-1 루이스 수아레즈




득점율이 정말 기가 막히게도 높은 수아레즈와






마스체라노와 피케의 공석을 채우는 부스케츠
매번 팀메이트들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누던 부시였으나 이번에는 감독의 콜을 받고 말았다(ㅋㅋㅋ).





0-2 수아레즈의 얼굴이 어시스트한 네이마르 추가골




수아레즈.. 저 참신한 어시라니, 정말 천생 축구선수이긴 한데, 진짜 왜이렇게 개그 캐릭터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3 리오넬 메시




전반기에 바르싸가 깜누에서 이 팀에 패했을 때는 2대1 스코어였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사실 나는 3-0 정도로 (혹은 1대0이었더라도) 복수를 끝낼수 있었어도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축구는 1대0을 만드는 것에도 엄청난 체력과 센스와 계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래서 사실 처음에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선제골을 넣은 것에 만족했고 M과 S와 N이 나란히 득점했을 때에는 더없이 기뻐했다.






이 게임은, 이전 포스트에도 언급했다시피 이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와는 5월에 한번 더 만남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5월을 준비하기 위한 ‘미리보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이었다. 바르싸는 이미 한번 패했고, 그렇다면 두번째에는?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인 것이다.





그리고 레오의 이 세번째 득점으로부터 4분 뒤,
0-4 알렉시스 델가도 자책골






그리고 다시 2분 뒤
0-5 이반 라키티치







이 마니따로부터도 다시 2분 뒤
0-6 루이스 수아레즈 추가골




작은 구멍 하나가 댐을 무너뜨리고 그 물줄기는 격렬히 파도치는 바다로 흐른다. 정말 이렇게 쉽게 열려도 되는가 싶을 정도더군. 물론 대패했다고 해서 알라베스를 무시할 의도는 없다. 그 어떤 팀도 대패할 수 있고, 내가 이토록이나 자부심 느끼는 바르싸조차도 대패의 역사가 있지않은가. 기억할 것은 한가지다. 바르싸는 복수하길 원했고, 그렇게 했다.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을 게임이었다.
경기 종료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알레이스 비달은 테오 에르난데스의 태클에 발목 부상을 입는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단순히 발목 부상을 입었다 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부상이었고 그는 그 부상으로 인해 5개월간 피치 위에 설 수 없게 되어, 사실상 시즌 아웃 되었다. 나는 이 끔찍한 장면이 계속 플레시백 되어 잠을 설쳤다. 멀쩡한 내 발목이 아려올 정도로 무섭고 선수 본인의 멘탈 또한 절로 걱정될만큼 충격적이었다.





이 포스트를 쓰기 전에 3라운드 포스트를 다시 읽었는데, 그때 나는 비달의 폼에 너무나도 실망한 나머지 이제 우리 선수 같지도 않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더군ಥ_ಥㅋㅋㅋ. 물론 그때는 그게 진심이었기에 달리 변호나 사과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비달은 꾸준히 노력했고, 얼마전에는 드디어 리가 데뷔골을 장식했으며 나는 그 진실된 기쁨에 동화되어 그와 함께 울었다. 꾸레들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골은 알레이스 비달의 자신감이 되었고 이 경기에서만 해도 그는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냈다. 그는 다시는 암흑과도 같은 ‘서브’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정말로 노력했고, 그 결실을 이루어내던 참이었다.





서두의 불공평함에 대한 울분은 오롯이 알레이스 비달을 위한 것이다.
축구선수에게 5개월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심지어 지금으로부터의 5개월은 남은 시즌을 더이상 선수로서 피치 위에 서지 못함과 동시에 프리시즌의 복귀도 불투명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약이 희미해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고. 사진과 같은 밝은 표정으로 퇴원한 알레이스 비달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지만, 그의 쾌차를 응원하며 순진히 바라보자면 그의 마음에 조금의 어둠도 없기를 바란다. 그는 이미 긴 암흑을 헤쳐나왔다. 여전히, 조금의 기다림이 더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