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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6-17

160911 리그3R FC바르셀로나 vs 데포르티보 알라베스

by 로♥ 2016. 9. 13.



1617 프리메라리가 3라운드
FC Barcelona vs Deportivo Alavés





좆같네..

흔히들 하는 말로, 시즌 초반에 가장 주의해야 할 팀은 승격팀이라고들 한다. 이 문장은 오랜 역사를 거쳐 이미 검증을 마쳤고 나 역시도 바르싸와 함께하며 틀린 말 하나 없다는 그 옛말의 진가를 거듭 학습해왔다. 이 알라베스전을 중계하며 해설진들이 잠깐 언급했던 2010/11시즌의 에르쿨라시코(....)의 기억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시즌의 바르싸는 리그에서 단 두번 패했는데, 그 영광의 이름들이, 대대로 상성이 안맞기로 유명한 레알 소시에다드(브라보!)와 세군다 리가에서 막 승격해 그 이름처럼 기세가 대단했던 에르쿨레스였던 것이다.


 


오늘 경기와 같이 시즌의 극히 초반에-기억이 맞다면 2라운드에-, 깜누에서.
그때와 굳이 비교해 오늘이 나은 점 한가지를 꼽자면, 그때는 한 골도 못넣고 졌으나 오늘은 적어도 한 골은 넣고 졌다는 거지. 물론 이 문장이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 라는 따뜻한 위로로 읽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명백한 조롱이 섞인 어조로, 나는 바르싸가 패할 때에도 변함없이 바르싸를 사랑하지만 불행히도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법은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 약 십년을 꾸준히 패배에 분노하고 있으니 이쯤이면 내 사랑하는 선수들 조차도 내 분노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졌다. 이제 막 프리메라리가로 다시 올라온 이 혈기왕성한 팀에, 승패에 관한 한은 그 무엇보다 완전무결하기를 바라는 내 바르싸가.










Ⅲ 결국 몸을 풀기 시작한 두 캡틴



그래도 이니에스타는 최근에 그린라이트 받은 후라 괜찮은데






레오가 더 먼저 몸을 풀고있던게 그와중에 걱정되더군.
레오는 아직 부상이 완전히 낫지도 않았고 최소한 이 경기정도는 쉬었더라면 선수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더 좋았을거다. 이 점은 물론 루쵸의 고려사항에도 포함되어 있었겠지. 그럼에도 레오를 넣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 못내 속상하다. 나는 루쵸의 선발라인업을 비난할 생각도 없고 애초에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다. 알라베스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지당하게도. 나는 그 어떤팀도 무시하지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제외하고는- 바르싸 정도나 되는 팀이라면 베스트 일레븐이 아니어도 강해야 하고,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상황에서는 응당 그 힘을 발휘해야 하며 언제나 우승이 최종목표인 팀에 그 믿음이 깨지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베스트’ 일레븐이라는 것은 바르싸에도 예외없이 유효한 단어였다. 씁쓸하게도.





Ⅳ 꾸레라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설레이는 순간




리오넬 메시가 라인 앞에 서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드디어 경기에 뛸 준비를 마친 그 순간.





이 타이밍에 시간을 조금 앞돌려보자.
단짠단짠이 확실한 제레미 마티유는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동점골을 기록했다.goal




아주 좋은 타이밍에, 아주 적절한 방법으로.
믿을 수 없게도 바르싸는 알라베스에 1점을 뒤진채 전반전을 마무리 했고, 그 혼란스러운 후반전의 시작과 함께 득점 옵션에도 없던 선수가 값진 동점골을 넣어준 것이다. 비달과는 달리(....) 마티유는 중요한 순간에 해주는 한 방이 있어 함께 가는 길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으나 이 골과 본인의 실수로 다시 알라베스에 역전골을 선물했으니, 사실상 이 경기를 지배했노라 평하고 싶군(씁쓸).





어쨌거나 중요한 한 방이 아니라 그저 그 존재, 그 아우라 자체가 중요한 두 선수가 드디어 피치 위에 발을 들였으니 앞으로는 ~바르싸의 유쾌한 역전승~ 게임이 펼쳐질 거라 예상하는 것은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지극히 당연한 조건반사였기에 나는 여전히 바르싸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으나


7 Capitans
Ⅰ 마스체라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Ⅱ 리오넬 메시



바르싸의 두 상징이 들어와도 안되는건 안되더군(ㅋㅋㅋㅋ).
바르싸가 질 수도 있지, 당연하다. 그 어떤 팀도 모든 경기를 완승할 수는 없다. 이 불변의 진리를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패배에 치를 떨고있으니, 이정도 꾸준함이라면,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 분노를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어이없이 드랍한 승점에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래, 그럼에도 여전히 루쵸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지 않는다. 루쵸는 이 패배에 대한 변명을 준비하지도 않았고 패배를 남탓으로 돌리지도 않았으며 경기 내용을 부정하지도 않은채, 모든 책임을 스스로 통감했다. 물론 의심의 여지없이, 루쵸는 그 책임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나는 루쵸의 이 지극히 스포츠맨 답고 지독히 남자다운 모습에 여전히 매료되어 있다. 









세군다리가에서 갓 승격한 에르쿨레스에 충격패한 펩 과르디올라의 1011바르싸는 시즌 초반의 황당한 패배조차 웃으며 추억하도록 그 시즌의 프리메라리가에서 우승했고, 이어지는 웸블리 결승전에서 유나이티드를 꺾고 챔피언스리그에 우승해 더블 셀러브레이션을 함께 했다. 물론 펩의 바르싸가 그러했다고 루쵸의 바르싸 또한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있을 수도 있지.
시즌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끝까지 달려봐야만 안다.

바르싸는 이제 막 3라운드를 끝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