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a Liga/Holaleo

160403 ~160419 월간 바르싸

by 로♥ 2016. 4. 19.



1. 1승4패



보름 남짓한 사이에 대재앙이 일어났다. 4월은 내 개인적으로도 폭풍같은 시간들을 보냈는데 바르싸는 아주 토네이도를 겪더군.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바르싸는 트레블의 영광을 재현하길 강력히 희망했고 실현가능성 또한 높은듯 했으나 토네이도의 핵이 지나는동안 챔스에서는 탈락하고 리가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벌어져있던 2위팀과의 승점차를 동일하게 줄이는 것에 성공했다. 아, 혹시 착각할까봐 되세겨두자면 승점차는 크게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좋은것이 맞다. 리가와 챔스를 통틀어 최근 5경기 성적 1승 4패. 더욱이 재앙이라 할만한 점은, 이 미친 폭풍우가 지나갔는지 아직 머물러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르싸는 시즌 중 단 한경기만 패해도 팀의 위기설이 대두되는데 최근 분위기는 객관성은 고사하고 팬심을 너무나도 고려해봐도 대위기며 재앙이고 실로 강등권의 절벽 앞에 선기분을 체감케하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팀은 연일 패하고 토너먼트에서 탈락하고 선수들은 지쳤으며 라커룸은 활기를 잃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볼 것은 루이스 엔리케의 일이고, 내가 걱정할 문제는 조금 다르다. 상황은 벌어졌고 기로에 섰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2 루이스 엔리케



펩이 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되자 나는 두 명의 감독을 떠올렸다. 이미 펩의 사임과 동시에 티토가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상태였고 예의 둘 중 하나였던 루쵸는 이미 한 시즌 전에 로마로 떠난 후였지만 루이스 엔리케가 퍼스트 팀의 감독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줄곧 상상해왔다. 본격적으로 고초를 겪기 전까지는 로마 경기또한 지켜봤고 셀타로 이적해왔을 때에도 기뻐했으며 드디어 내 갈망이 이루어지자 진심을 다해 반겼다. 내가 루쵸에게 얼마나 호의적인지를 감히 부정할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밑도 끝도 없는 내 믿음에 부응해 이적 첫시즌에 트레블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두번째 시즌인 지금, 근본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는데 팀은 대재앙을 겪고있지. 혹자는 루이스 엔리케와 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소수의 목소리는 질리지도 않게 펩을 그리워하느라 감정을 소모한다. 나는 절대로 승패에 초연한 사람은 아니나 감독은 믿어주자는 것이 내 작은 축구판 지론이다. 스스로 재앙이라는 단어를 택할만큼 분위기가 좋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엔리케를 신뢰하지 말아야 할 이유조차도 모르겠다. 팀은 복합적으로 최악의 위기에 처했고 그 모든것을 관리하는 것에 책임을 물어야할 사람은 디렉터임에 당연하지만 루쵸가 팀을 떠남으로서 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멍청한 발상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그럴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내가 그를 이토록이나 열렬히 지지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펩과 함께 했던 기억이 있는 꾸레들이라면 모두가 ‘그 주’를 기억할 것이다. 그 주는 부정적인 의미로 대단히 스펙타클한 주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레오가 곧 아빠가 될 것이라는 스캔들로 이미 반쯤 멘붕이었던 상태였고 (실제로 스캔들 이후 돌아온 첫번째 알비셀레스테 경기에서 상의에 공을 집어넣는 골셀러브레이션을 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 애기가 둘이나 됐지만)- 첼시와의 챔스 준결승 1차전에서 지고 돌아온 엘 클라시코에서 또 지고 다시 돌아온 준결승 2차전에서 또 져 챔피언스 리그에 탈락한 다음, 펩이 사임을 발표했다. 이때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잊혀지지도 않앜ㅋㅋㅋㅋㅋ 물론 우습게도 지금은 이때보다도 상황이 더 좋지않다.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루쵸가 필요하고 다시금 말하자면 그를 의심해야할 이유 조차도 모르겠다. 펩과 헤어지며 좋은 기억만이 남아 모든 과거가 미화된 모양이지만 펩도 융통성이 없 때로는 소통이 불가능한 면모가 있었다. 그 점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변하지않아 팬들도 질려할 정도였지만, 영화든 만화든 연재물 좋아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무언가를 창작하고 일궈내는 이에게는 그런 모습도 필요한 것이다. 좋은 의견이라고 여기저기서 참고하다보면 종국에는 자신의 신념마저도 잃게 된다. 나도 펩을 여전히 사랑한다. 물론. 하지만 펩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루쵸는 지금 내 곁에 있지.


그럼 다시 자문해야지.





3.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팬이 꺼내들 수 있는 모범답안은 끝까지 팀을 믿고 지지한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하지만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해왔고 지금도 이 기회를 빌려 말할거지만, 내가 꾸레로 있는 한 나는 팀이 지면 팀을 죽어라 비난하고 악에 차올라 길길이 날뛸 것이며 내일 강등이라도 당할것처럼 분노하고 짜증이 치밀어오르다 못해 울고싶을만큼 패악을 부릴 생각이다. 다만 한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사정이 이러하니 내 팀의 누군가를 내쫒아 해결할 생각은 결단코 하지않을 것이라는 점인데, 이러한 입장에 놓이면 다른것을 걱정하게 되는 때가 온다. 나는 바르싸가 챔피언스리그에 탈락하는 꼴을 보고도 생각보다 담담했다. 짜증나 죽을뻔 했지만 그건 내가 평소 개무시를 일삼아온 ATM에 졌기에 분노했지(ㅋㅋㅋ) 챔스에 탈락한 현실은 만 하루가 지나자 곧 담담해지더군.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의 위기를 감지했다. 내가 더이상 팀의 패배에 분노하지 않을까봐 두려워한 것이다. 사실 나는 그 무엇보다 이 점이 가장 두렵다. 물론 최초의 위기도 아니고 앞으로도 숱하게 이와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바르싸를 스스로 손에서 놓는 것이 가장 무섭다.


팀은 피로에 쌓여있고 분위기는 엉망진창이지만 다행히 아직은 선수들을 위로할 여력이 남아있지. 루쵸와 이니에스타는 이럴 때일수록 팀을 지지하고 승리를 향한 믿음을 잃지말라고 당부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아직 리가 우승과 코파 델 레이가 남아있으니까. 그럼에도 그다지 긍정적인 기분이 들지는 않지만, 이 진흙탕 속에서도 애써 선수들을 위로하는 나를 내 사랑하는 선수들이 이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선수들이 욕먹는건 참을 수 있지만, 내 진심이 비웃음 당하는건 참을 수 없거든(ㅋㅋㅋㅋ). 바르싸는 곧 정상궤도에 올라 남은 두 개의 트로피를 사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믿음에 한치의 의심도 없다. 원하는대로 나는 여전히 내 사랑하는 선수들을 믿고있으니 자, 이제 부디 날 위로해줘.





***
사흘 전 4월 16일 



그로부터 열흘 뒤 돌아오는 25일은 티토 빌라노바의 2주기다.
아직 2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당연하지만 4월이 되면 어김없이 슬픔이 밀려오고,
무엇보다 슬픈 것은 아직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현실이지. 아직도 말이다.


…그림이 참 예뻐서, 더 슬프다.
여전히 위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