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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5-16

160224 챔스16강 1차전 아스날FC vs FC바르셀로나

by 로♥ 2016. 2. 26.



1516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rsenal FC vs FC Barcelona





나는 아스날이 싫었다. 불과 몇시즌 전까지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팀이었고 아스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치를 떨었다. 나를 오래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짐작하겠지만, 이 허용치 이상의 분노는 단 한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농담이 통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짖꿎은 행동들에는 관대한 편인데 파브레가스는 내가 포용하는 한계를 지나친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한 피치 밖의 일들로 남에게 직접적인 혐오감을 느끼진 않는데도, 파브레가스가 내게 주는 스트레스는 그 모든것들을 목도한 것 이상이었거든. 진심으로(!).


 


그는 레오와 피케와 함께 라 마시아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나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법이 다른것을 이용해 프로데뷔를 한시즌 남겨두고 런던으로 떠났다. 떠난 것은 문제가 되지않으나, 어느순간부터 돌아오고 싶다며 입을 털기 시작한 것은 상당한 문제였다. 처음 몇번은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횟수가 더해지고 햇수가 늘어나자 양 구단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지. 그 이후에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트러블과 그 팬들이 굴절분노로 양산한 바르싸에 대한 악성 루머와 악의적인 편집들, 실체없는 혐오감을 고스란히 겪으며 견디고 이겨낸 스트레스는, 당시의 내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감히 이해할수도 용서할수도 화해하거나 합의점을 찾을 수도 없다. 그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저 화상을 죽여버리고싶을 정도지만 그는 기어이 왔다가, 드디어 내 인생에서 꺼졌다. 그 이후로 다시 마주한 아스날이다. 정말이지 놀랍도록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더군. 정말 놀랍고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1-0 리오넬 메시 선제골





오, 전반은 정말 헬이었지. 바르싸는 엄청난 이동거리를 오가며 타이트한 스케쥴을 소화했고, 이 런던에서의 경기는 원정3연전의 마지막 게임이었다. 쌓인 피로를 증명하듯 바르싸는 여전히 몸이 무거웠고, 전반은 무득점 상태로 끝내기까지 했으니 후반의 이 선제골에







바르싸와 루쵸가 이토록이나 환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물론 바르싸가 환호하지 않는 골은 없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ㅋㅋㅋ).





2-0 리오넬 메시 추가골



팀메이트들에게 죄다 쥐어뜯긴 머리(ㅋㅋㅋ)로 패널티킥 추가득점에 성공한 레오




이 셀러브레이션, 네이마르 표정이 너무 사실적이라 광대 케어가 안된다(ㅋㅋㅋ).
어쨌든 원정이 연이어졌던 덕분에 쉬운 일정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싸는 세 번의 원정경기에서 모두 승리했고, 이 챔피언스리그의 원정 2골 역시 잊지않고 챙겨왔다. 2차전, 이제 우리는 드디어 깜누로 돌아간다. 모든 원정팀들의 무덤, 철의 요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구장으로.




























우리 선수들 사진을 마지막으로 산뜻하게 끝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 이야기는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필요이상, 정말이지 악랄할 정도로 바르싸를 헐뜯던 모습에 아주 학을 뗄 수준이라 나는 아직도 저 팬들이 징글징글하고 싫지만 그래도 가장 싫은건 그 원인을 제공한 파브레가스다. 그는 고향과 추억을 무기로 양구단을 수없이 저울질했고 그 사이에 일어나는 트러블에는 무관심 했으며, 안정적인 현재와 눈부신 미래 사이에서 가증스러울만큼 갈등했다. 그는 고향팀에서 친구들과 함께 경기하고 싶다며 감정에 호소했으나 정말로, 그야말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드디어 바르싸로 이적한 순간은 펩 과르디올라의 화려한 성공을 ‘검증한’ 후였다. 바르싸가 리가 1,2위를 다투는 불확실한 때가 아니라 견고한 우승팀이 된 후에야 그 길고 추접고 탐욕스러운 여정을 끝낸 것이다. 그러나 펩의 6관왕은 두번 실현되지 않았고, 그렇게 그리워했던 팬들의 ‘야유’를 이유로 고향을 다시 떠났다. 그 챠비 에르난데스도, 그 리오넬 메시도 버티고 이겨낸 야유를 이유로 말이다. 그 핏줄에 무한히 배려하고 한없이 관대하고 누구에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끝없이 기다려준 팬들을 핑계대면서.

나는 단 한번도 그가 향수에 젖어 바르싸로 돌아왔다고 믿은적 없다. 그는 그저 욕심에 눈이 먼 기회주의자일 뿐이다.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게도. 그는 원하는만큼의 트로피를 얻지못하자 참을성도 없이 다시 다른 가능성을 찾아 도망쳤다. 물론 나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유일하게 고마워했던 순간이지. 섣부른 욕심에 눈 멀어 한번 팀을 떠난 놈이 두번 떠나는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파브레가스는 딱 그 정도의 그릇인 것이다. 선례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게 싫어서 그의 귀향을 열렬히 반대했으나 불행중 다행이도 그가 있던 때의 팀은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팀을 쉽게 떠난 이가 다시 쉽게 바르싸를 탐내는 것이 못견디게 싫다. 아주 자존심이 상할 정도라고. 그는 내가 가진 축구의 미학을 오염시키는 최악의 존재다. 나는 아름답지 못한 것이 싫다. 죽도록 뜨겁거나 지극히 차가운건 좋지만 미지근한 것은 참을 수 없다. 시작과 끝이 이 정도로 추접하고 치졸한 인간은 내 축구팬 인생에 다시는 없길 바란다.


종종 얘기하듯이 나는 블라우그라나를 입었다고 모든 것을 눈감는 타입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내가 도덕적 기준이 높거나 약간의 융통성도 허락하지 않을만큼 꽉 막힌 인간도 아니고-오히려 도덕적 잣대가 낮은 것이 문제지-, 단지 내가 가진 기준이 확고할 뿐이다. 나는 미장센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 안에 로맨틱한 요소가 있다면 금상첨화지.





바르싸는 나의 그 까다롭고 일견 크리피한 기준(ㅋㅋㅋ)에 완벽에 가깝도록 부합한다.
나는 내 팀이 좋다. 바르싸가 이루어낸 것들이 쉬워 보이는게, 못견디게 싫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