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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5-16

160229 리그26R FC바르셀로나 vs 세비야FC

by 로♥ 2016. 3. 1.


1516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
FC Barcelona vs Sevilla FC





오래 기다렸다. 작년 10월, 그 치욕적인 패배로 마무리한 7라운드가 끝나자마자 후반기의, 오늘의 이 경기를 기다린 것이다. 복수란 할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해야될 때는 자고로 가장 잔인하게 하는 것이 정설이다. 나는 내 사랑하는 선수들이 세비야 선수들에게 그 빚을 갚을것을 믿었고, 가능하다면 가장 치욕적으로 리벤지 하기를 바랐지만(ㅋㅋㅋㅋ) 역시 내 선수들은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지는 않더군. 패할 때와 같이 지나치게 공평한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었다.


 


종종 얘기하지만 나는 상대팀이 ‘바르싸를 다시 잡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 조차도 싫다. 바르싸가 패할 때는 바르싸가 못해서 졌거나 운이 나빴기에 졌다고 생각하지 상대팀이 잘해서 바르싸에 승리했다고는 상상도 하지 않을만큼(ㅋㅋㅋㅋ). 워커홀릭에 완벽주의자인 펩 과르디올라는 언젠가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지. “트레이닝때 잘했다고, 전반에 컨디션이 좋았다고 경기에 승리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전반과 후반 모두에 상대팀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해. 블라우라나를 입고 있으니까. 그 밖의 이유는 없어.” 펩 과르디올라의 방식을 겪은 팬들은 이 말이 가지는 무게를 알 것이다. 펩은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고 선수들이 자부심을 잃지않길 바랐다. 그리고 나는 그 기분 좋은 그늘에서 축구팬으로서의 사춘기를 보냈지. 내 가치관은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학습한 것이다.










잔인한 복수를 꿈꿔왔던 만큼(ㅋㅋㅋㅋ) 바르싸가 아주 압도적인 스코어차로 승리하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않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비야에 선제골을 내주고 만다. 세비야뿐만 아니라 요즘은 어느 팀을 봐도 득실이 꾸준히 일어났기에 놀라워할 일은 아닐지도 모르나, 그 실점이 내 팀에 일어난다면 평정심을 유지하긴 어렵지. 그런 때에 주어진 바르싸의 프리킥 찬스


1-1 리오넬 메시의 프리킥 동점 골





진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체험한  레오의 이 프리킥 골.
레오가 프리킥 득점을 해주리라 상상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여전히도 놀랍다.
그 마음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는지 깜누는 리오넬 메시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차고






그 레오는,
추꾸도 잘하고 골도 잘넣는데 잘생기고 귀엽기까지 해ಥ_ಥ





2-1 제라르 피케 역전골





적재적소에 서있다가 제대로 얻어걸린 피케의 추가골(ㅋㅋㅋㅋ).
웃으며 하는 소리지만 축구팬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선수가 적재적소에 서있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재능이라는 것을. 제 때 가장 목 좋은 곳에 서있으면 훌륭한 팀메이트들이 발끝만으로도 득점할 수 있게 패스한다. 바로 이 골처럼. 그것이 가장 안정적인 축구의 흐름이지. 바르싸가 무실점 마니따 정도는 해주리라 바랐지만(ㅋㅋㅋㅋ) 그래도 차선의 복수로 역전승이 된 것은 기쁘다. 나는 여전히 에메리를 좋아하지만, 그래, 누차 말하듯이 그 좋음이 내 팀의 승리를 양보할 만큼은 아니거든¯\_(ツ)_/¯.








































오늘 경기 사진들은 유난히 다 예뻐서 추리는데 정말 애먹었다. 이쁘면 이쁜대로 다 올리면 제일 좋겠지만, 내 심적 잉여력에 비해 시간과 체력이 넉넉하질 못해놔서 요즘에는 현실과 조금씩 타협하고 있는데 내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우리 선수들은 나날히 예뻐지니 그것도 고민이라면 고민(ㅋㅋㅋㅋ). 사실 새벽에 눈을 뜨는거나, 경기를 보는 것에 그치지않고 계속 이 짓(....)을 하는 거나 귀찮고 종종 힘든데, 막상 내 선수들을 보면 그런 부적절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는 것에 죄의식이 든다;;;;;









경기가 끝나자 바르싸는 여전히 다정한 인사를 나누었고





바르싸는 이번 시즌 중 단 두번의 패배를 안긴 셀타비고와 세비야에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위팀 AT마드리드와의 승점차는 여전히 8점으로 유지 중이고. 그러고보니 나는 전날 두 마드리드 팀의 경기를 즐겁게 감상했다. 모종의 이유로 레알 마드리드가 이기길 바라며 관람했으나 결국 마드리드의 주인은 아틀레티코가 되었지(ㅋㅋㅋㅋ). 이후 일어난 레알 마드리드의 다툼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사실 진지하게 마드리드 팬들이 호날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한데, 내가 걸친 옷으로는 평이한 대화가 오가긴 어렵겠지 껄껄.





기분 좋은 승리 후, 기분 좋은 라커룸




펩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볼까 한다. 펩이 감독으로 있을 때의 꾸레들에게 승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1실점을 하면 세상이 무너질 위기에라도 처한 것처럼 굴었다. 한 경기에 2실점 하면 사뭇 진지하게 팀이 세군다로 강등 당할까봐 걱정했고(ㅋㅋㅋ) 패하면 그날이 지구의 종말인줄 알았지-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펩은 항상 강한 모습으로 그 한없이 철없고 오만한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노력했고, 이 기대가 부담스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챠비 에르난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챠비는 팬들이 계속 암흑기에 머물러 있는 것 보다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게 더 좋다며, “그런 모습들을 보면 더 즐기게되고 더 힘이 되죠. 물론 우리는 그만큼 더 신중해져야 합니다”. 승패와 선수들의 위닝 멘탈리티에 조금도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오늘날의 나를 완성한건 펩과 챠비지만(ㅋㅋㅋ), 내가 이토록이나 오만방자하게 굴 수 있도록 해준 팀에는, 내가 팀에 가진 신뢰 이상의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여전히 그럴 수 있도록 해주는 지금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