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
Real Madrid vs FC Barcelona
0-1 루이스 수아레즈 선제골
엘 클라시코가 시작되고 고작 10분 만에.
물론 빠르게 잘 넣었노라 칭찬하고 싶어서 고작 10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라는 뜻으로 쓴 문장이었는데 내가 손가락을 놀림과 동시에 전반 1분만에 골을 먹혔던 그 경기가 떠올랐다(....). 그래도 그때의 엘 클라시코에선 그게 핸디캡이었지^.^ 기억이 맞다면 바르싸가 3대1로 이겼으니까. 그러고보니 내게도 스코어가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을만큼의 엘 클라시코 기억들이 쌓여있구나.
0-2 네이마르 추가골
0-3 바르싸의 영 캡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추가골
경기 내내, 긍정적인 의미로 미친 수준의 플레이를 보인 이니에스타가 득점에까지 성공해
그렇잖아도 광대가 치솟아 오르는데
음?
필드 플레이어들 골셀러브레이션 중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는 이질적이어야 할 선수가 약 1명 껴있어서 그와중에 현웃(ㅋㅋㅋㅋ). 이 시간까지만 해도 라인 근처에서 어슬렁 어슬렁 몸을 풀던 레오였으나 득점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합류했다.
0-4 루이스 수아레즈 추가골
물론, 물론 하드하고 숨막히는 게임을 예상했다고 해서 바르싸의 승리를 의심한 것은 아니다. 내가 꾸레이기 때문에 팀이 질거라는 가정을 하지 않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이유이지만 그 이전에, 객관적으로 바르싸의 최근 분위기는 썩 좋았거든. 팀의 싸이클이 상승곡선이라는 것만큼 축구판에서 승리를 확신하게 하는 요소는 없지 않은가. 바르싸는 내 예상 이상으로 훌륭했고, 마드리드는 신기할 정도로 형편 없었다. 왜 이러는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물론 마드리드를 4대0으로, 마니따로, 6대2로 이긴다는 것은 시즌 중 트레블을 하는 것 다음으로 대단히 기쁜 일이다. 마드리드가 대패하면 나는 당연하게도 통쾌히 비웃는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것도 대승의 역사 이면에 바르싸 또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마드리드에 털리고 그야말로 무력감을 느낄만큼 못해서 패한 적 또한 있음을 경험했지. 마드리드 팬들도 바르싸를 그렇게 이기면 통쾌하게 웃을 것이다. 그 조롱(....)이 용인되는 사이니까 라이벌이고. 그런데 오늘 경기에선 진지하게 걱정이 될 정도더군. 왜 저러는거지? 이 상황에 저 감독은 대체 뭘 생각하는거야? 하고.
그 생각은 베르나베우의 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
바르싸의 젊은 주장,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교체되어 나가자
베르나베우는 박수로 뒤덮였다. 몇몇 팬들은 바르싸의 주장을 위해 기립박수를 쳤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네 번째 바르싸 선수다. 모두들 알겠지만 내 홈에서, 홈팀 팬들이 상대팀 선수를 위해 기립박수를 칠 때는 반드시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 리그 테이블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싫은 감정도 한순간 잊게 할만큼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이를 존중하는 의미로, 또 내 집에서 상대팀 선수가 저 정도 활개를 치게 둘 만큼 형편없는 내 팀을 조롱하기 위해서.
이니에스타가 골 넣고 달려가 안긴 사람이 하필이면 리오넬 메시인 것이 봐도봐도 행복하다.
마침 레오가 거기 서있어서, 이니에스타의 뛰어가는 방향 정면에 서있던게 레오 뿐이라서, 마침 레오가 거기 안기 좋게 서있었을 수도 이니에스타는 누구를 안는지조차 모를만큼 기쁨에 날뛰는 중이었을 수도 있지만 오래도록 바르싸를 이끌어온 두 사람이 가장 기쁜 순간 가장 먼저 그 기쁨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해서 좋다. 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그 리오넬 메시다. 꾸레들에게 이 두 선수가 어디 보통 선수인가.
바르싸는 경기가 끝나자 서로를 격려했고
함께 원정을 떠나온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않았다.
이겼고, 대승했으며, 실점하지 않았고,
리오넬 메시가 돌아왔다.
최고의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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