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챠비 에르난데스
Ⅰ챠비→ 알베스
그리고 토니에게 다시 묻는다. “말해봐 스타크. 그 친구나 자네나 과학을 신봉하지. 만약 나나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의 자네 앞에 나타나 뭔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어떻게 하겠느냐고ㅋㅋㅋ 로건이 이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면 에오울의 토니 스타크를 동시에 이해하게 되는것이다. 로건이 설득하고 싶은 이는 행크지만 MCU엔 아직 행크가 없고, MCU 토니 스타크 또한 그에 못지않은 과학덕후에 신봉자다. 사람들이 종종 토니 스타크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은게, 그는 플레이보이의 화려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거지. 아이언맨 수트로 복수자들에 들어갔느냐 하면 오로지 그것뿐이라곤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그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두뇌 하나로 초인들 틈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계공학 분야에서 그의 두뇌를 따라갈 자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토니가 흥미를 느낀 울트론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고, 로키의 스펙터를 손에 넣은후에는 그의 옵션에서 실패할 확률에 대한 데이터를 ‘거의’ 지웠을 것이 분명하다. 토니는 치타우리의 뉴욕침공 후 계속해서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우주밖으로 나가 외계인을 상대하는건 토니 스타크의 삶속에서 최초로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고 그는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싶어 하지않지.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포함한 복수자들이 애초에 겪지 않아도 될일, 겪을 필요조차 없는 일에 대한 대비책으로 만든 것이 울트론이고. 나는 토니의 이 독단적인 선택에 손가락질 할 수 없다고 생각한게, 토니 스타크는 일평생 누군가의 조언을 듣는 일이 없었을 거라서. 앞서 말했듯 토니는 제 분야에선 일인자고 그 특출난 천재성을 가지고 성장했다. 토니가 무언가 의구심을 갖게된다면 스스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베이스를 전제로 한다면 MCU 토니가 울트론을 만들어내고도 다시 비전을 깨우려 한것도 이해가 간다. 시행착오는 한번이면 족하고, 배너박사의 도움을 얻기위해 토니가 하는 말 “우린 매드 사이언티스트야. 몬스터라고!” 복수자들 중에서 이 몬스터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이는 토니 스타크가 유일하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가 자신의 선택에 얼마나 확신을 가졌는지 생각해보게 되지 않는가. 다행히 그의 선택은 적절했고 이번에는 토르 또한 그를 거들었다. 토니는 정말 재미있는 캐릭터다. 무신론자인 내가 평소 과학자들에게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이른바 ‘신의 영역’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기꺼이 도전하는 이들이, 논리적 증명이 불가능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 그 과학자들이라는 아이러니함인데, 토니 스타크가 내게는 그 아이러니함의 현신이거든. 더욱이 토니는 자비스라는 아주 특별한 인공지능을 거의 인간에 가깝도록 섬세하고 자유의지가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 냈는데, 그런 그가 비전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쉽게 상상이 된다-물론 확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토르가 거듭 언급했듯 토니의 머릿속은 지나치게 복잡하니까-. 이런 부분에서 내가, 토니가 발암캐가 될까봐 마음 졸였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토니 스타크 특유의 성격이 생각할 법한 선택이라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했던 한편,
토니의 선택과는 별개로
그가 스티브와 얼마나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는데
(짤은 페이즈3 코믹콘에서 발표했던 티저|gif via)
이제 영화를 봤으니, 토르가 환영의 샘에서 본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지.
캡틴의 환영은 종전 후 페기와 만나 약속했던 춤을 추는 과거였고 토니의 환영은 혼자만 살아남고 모두가 죽은 후의 미래였다. 두 캐릭터 모두가 확실히 자신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 봤는데, 토니가 스티브에게 말하기를 자기는 어두운 면이 없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나는 토니의 이 대사가 참 중의적이게 들린다고 생각했는데, 토니가 정말로 스티브에게는 어두운 면이 없으리라 여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토니는 스티브를 도발하고, 우리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라고 말할때
아아, 티저만 봤을땐 이 장면에서 스티브가 통나무를 찟는게 멋쁨터져서 생각만큼 그리 진지한 장면은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웃어넘겼는데, 토니가 대사의 끝을 “-to go home”으로 마무리 짓자마자 스티브가 화내듯 통나무를 쪼개버리는 바람에 그와중에 울컥ಥ_ಥ 스티브가 환영에서 본 것은 페기와 춤을 추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페기가 “이제 전쟁은 끝났어요, 스티브. 집에 갈 수 있어요(we can go home).” 라고 말하며 “상상해봐요” 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이 사라지고 텅 빈 공간에 스티브 홀로 서있었던 것이다. 스티브의 진짜 악몽은 그 점일 것이다. 돌아갈 집을 상상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것. 페기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상상할 수 있지만 집으로 돌아가 캡틴 아메리카 이전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상상조차도 하지못해 완다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그리고 영화가 끝나기 전 스티브의 대사, “평범한 가정을 꿈꾸던 남자는 75년전 얼음 속에 묻혔다”고. 울트론이 캡틴 아메리카를 보고 가장 먼저 했던 대사가 “오 캡틴 아메리카, 전쟁 없이도 살 수 있는 척 하지.” 그 모습이 역겨워 토하고 싶을 지경이라고. 울트론 존나 지랄 꾸러기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캡한테 그딴식으로 말하지맛ಥ_ಥ!! 여튼,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거다. 나는 스티브의 내면에 자리잡은 두려움이 종전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렴 그는 “캡틴 아메리카”인데. 하지만, 그 후에 자신의 자리가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그게 스티브의 진짜 어둠이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토니는 모두가 안정적인 home을 찾길 원하지. 스티브 로저스에게 조차도.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
스티브가 윗 짤의 마지막 장면에서 덧붙이듯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에 이기려고 하면 사람들이 죽게 돼. 언제나 그랬지.” 정말이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닌가 말이다. 스티브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대비하며 미리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이것은 윈터솔져와도 이어지는 캡의 일관된 정신이기도 하고), 토니는 미리 대비하면 그 어떤 위험도 막을 수 있는데 넋놓고 상황이 좋게 흐르기를 기대하는게 불가능한 거다. 복수자들1편도 떠올려보자. 헬리캐리어 위에서 언쟁하던 캡이 토니를 향해 말한다. “자네는 철조망에 몸던져 동료들이 지나가게 길을 만들어줄 인물은 아니지” 그러면 토니는 이렇게 받아친다. “그냥 철조망을 자르면 되지” 지극히 스티브 로저스 답고 토니 스타크 다운 이 언쟁에서 나타나듯 두 사람은 같은 길로 걷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타입이 아니다. 이토록이나 삶의 방식 사상 생각 신념 그 모든게 다른 것이다(그리고 이 점이 내가 캡과 토니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고).
(via) 그리고 우리는 다음 영화가 시빌워 라는 걸 알고있지.
이 “투게더”라는 대사를 이후 토니가 스티브에게 돌려주며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다 생각하다가도, 사실 나는 어셈블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가 토니 스타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분명히 말하는데 부정적인 뉘앙스는 아니고. 그래서 싫다는게 아니라 정말 의미 그대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다-, 서로를 존중하지만 영원히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ㅋㅋㅋㅋ 서글픈 사이에 대해 생각했다. 토니의 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몹시 사랑하지만 내 선택은 언제나 캡틴일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얘기했듯 스티브 로저스가 옳지 않은 선택을 할리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토니는 항상 옳지못한 선택을 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고, 토니는 항상 미래지향적인 생각과 선택을 하는 한편
(via) 자기는 내일 약속이 없으니 오늘 최선을 다해 싸울 거라는 말을 은유적으로 던지는 캡.
스티브가 이렇게 굴때마다 정말 돌아버릴 것 같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 레드스컬을 상대할 때는 그가 사라져도 사람들을 죽게 버려둘 수 없으니 발키리에 몸을 싣고 스스로 그린란드의 얼음 속으로 처박혔고 윈터솔져를 상대할 때는 제 친우를 죽일 수 없으니 그 앞에서 방패를 내던졌다. 악몽이긴하나 그 꿈속에서 조차 미래를 기약하거나 안정을 찾지 못했고 이제는 당장 오늘 죽어도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굴고있지. 그리고 그는 또 다시 home이 아니라 복수자들의 새 둥지에 남았다. 캡틴 아메리카로서. 나는 스티브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슬프게도 스티브 로저스에게 자신의 행복은 가장 최후의 문제인 모양이다.
영화가 다소 산만하기도 했고, 나는 조스 웨던이 그리는 스티브 로저스를 그리 선호하진 않지만 그래도 뭐 나쁘지 않았다. 이 영화 한편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복습해야 하는 영화가 무려 열 편이고 이 영화 한 편 안에 끼워넣어야 하는 주요 캐릭터만 해도 열댓명이 넘지. 내가 선택과 집중으로 캡틴과 토니에 대한 집중적인 감상평만을 남기긴 했지만, 대단한 수작은 아닐지라도 감독이 MCU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건 알겠더군(ㅋㅋㅋㅋ). 울트론도 마음에 들고. 나는 복수자들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영화로서 좋아하는 것은 그 개인의 스토리지 복수자들은 내게 일종의 -캡과 토니가 두시간 이상 한 영화에 나오는 엄청난- ‘서비스’일 뿐이라, 사실 남들의 감상평을 그리 진지하게 읽진 않았다. 혹시라도 정신 나간 아이언맨과 다시 꼰대가 되어버린 캡틴 아메리카라는 평이 다수 있다면 내가 상처 받을까봐. 물론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에 정답은 없으니 나도 내 의견을 말하긴 하는데, 아 그러고보니 이 감상평은 조금 다른 형태로 다른 곳에 올린 적이 있으니 혹시 기시감이 느껴지는 분들은(정말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었으면 좋겠다) 부디 모른척 해주세요 ☞☜ 여기선 별로 티를 안내서 그렇지, 바르싸 못지않게 열심히 복수자들 덕질하는 사람 맞습니다, 네 ☞☜ 그리고 메시 블로그에서, 나는 뭔데 이렇게 진지하게 글을 쓰고 있는거지 염병ㅋㅋㅋ 심지어 경기 관련된 분량 보다 더 긴 것 같아(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미 한나절 전에 새 포스트가 업데이트 됐겠지)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부디 마블이 끝까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구축해놓은 토니 스타크를 끝까지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해봐, 때로는 그 누구보다 빌런 같고 안티히어로 같기도 하면서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토니 스타크를 이만큼 화려하게 재조명 시키고, MCU의 성공을 이끈 이가 누구인지. 미래의 언젠가 아이언맨 시리즈를 리부트 하기위해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멍청한 짓은 부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를 존중하기 위해 다른 캐릭터들의 세계 또한 건들이지도 않았으면 좋겠고(캐붕 시키지 말라고). 시빌워 싫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것에 비해서, 굳이 그 이슈를 건들여야겠다면 나는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 자체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걱정되는건 두 캐릭터의 정당성이다. 마블이 그렇게 매력을 느끼는 스토리이니만큼 더더욱 잘 알겠지. 시빌 워는 캐릭터의 싸움이 아니라 이념의 대립이라는 것을. 그리고 부디 부탁인데, 제발 자비스 돌려줘ಥ_ಥ 비전이랑 별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