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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4-15

150507 챔스 준결승 1차전 FC바르셀로나 vs FC바이에른 뮌헨

by 로♥ 2015. 5. 8.


1415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FC Barcelona vs FC Bayern Múnich



꾸레들이 준비한 환상적인 카드섹션을 마주한 감독이, 말끔한 수트를 차려입고 깜누의 터널을 걸어 올라가는 모습에 여전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하나의 시퀀스를 보고 나는 찰나의 추억에 빠졌다. 펩과 함께 했던 지난 4년, 특별히 행복했던 경기와 기억들, 그리웠던 이 모습. 정말이지 그립고 그리운 모습 그대로였다. 펩이 돌아왔다. 깜누에, 상대팀 감독의 자리로.


 


펩과의 이 대결을 기꺼이 기다리며 다시금 루쵸에게 감사인사를 올리고 싶다. 내가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깜누에 돌아온 펩을 환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가 지금의 우리 감독님이지 않은가. 펩과 함께 좋은 추억만을 떠올릴 수 있도록, 내 추억을 소중히 존중해주는 이가 바로 지금의 내 감독인 루이스 엔리케인 것이다. 루쵸에게 만족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감독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나는 깜누에, 적으로 돌아온 펩 과르디올라를 보며 웃지 못했을 것이다. 절대로.












리오넬 메시의 가장 직접적인 진가란 바로 이런 때다.
1-0 리오넬 메시 선제골




76분만에 겨우 터진 첫 골, 기대와 걱정이 가득한 꾸레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한듯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팬들을 향해 환호하는 축구의 제왕





꾸레들이라면 2012/13시즌 뮌헨전 대참사를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한 굴욕을 겪으면 으레 합당한 리벤지를 꿈꾸게 되지. 나는 경기내내 그 순간을 꿈꿨고 이 경기가 시작되기 사흘 전부터 꼬박 그 복수의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서도 줄곧.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게도, 이 골이 들어가는 순간, 놀랍게도 그 복수심이 가라앉더군.






2-0 인크레더블 메시






언빌리버블 브릴리언트 판타스틱, 하우 원더풀 내지를 수 있는 감탄사는 모조리 쏟아붓고 싶은 리오넬 메시의 추가골. 중계 카메라에 잡힌 저 팬들의 순수한 감탄과 기쁨과 환희와 경이로움에 찬 표정들이, 곧 약속이라도 한듯 입을 모아 리오넬 메시의 이름을 연호한다. 리오넬 메시 한 명이 깜누에 자리한 99,000명을 행복하게 만들고 TV로 인터넷으로 라디오든,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든 매체 앞에 자리한 전세계의 꾸레들을 행복하게 하지. 물론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감겨 내려오는 눈커풀을 꾸역꾸역 밀어올리며 앉아 차가운 새벽 바람을 맞는 나에게도.






앞서 언급한 복수심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바르싸는 두 시즌 전, 정말이지, 잊을수도 없을만큼 시원하게 털리고 챔스에서 탈락했다. 이 뮌헨에게. 바르싸가 어느 팀에 얼마나 대승했는지는 쉽게 잊어도 이만큼 대패한 적은 처음이라 그 기억은 잊을 수도 없더군. 그렇기에 뮌헨에 그 굴욕을 되돌려주고 바르싸의 명예를 되찾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레오가 첫 골을 넣고, 다시 두번째 골을 넣는 동안 복수심이 가라앉은 자리에 피어나는게 팀을 향한 자부심이라. 레오의 이 환상적인 플레이와 바르싸의 무브먼트는 결국 또다시 스포츠의 본질을 이해하게 한 것이다. 팀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승패를 이해하게 하고 이미 한참이나 지난 옛경기에 대한 멍청한 복수심의 덧없음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현재의 경기가,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기게 하지. 그리고 그 정점에서 나를 이끄는 선수가 리오넬 메시이고. 이 얼마나 특별한 선수란 말인가.



그 경이로움에 순수히 탄복하는 그 순간


중계 카메라가 안토넬라를 잡아 나를 1g 정도 진정하게 하지만 않았다면 모든게 완벽했겠지(시무룩).
그와중에 주변 팬들이 레오의 득점을 안토넬라와 나누려 하는게 왜이렇게 웃기짘ㅋㅋㅋㅋㅋ






3-0 네이마르 결승골











무엇보다 기쁜 것은 펩의 팀을 이겼다는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나에게 얼마나 특별한 이름인지 여기서 더 설명해야 할까? 펩은 나에게 그토록이나 그립고 각별한 이름이고, 펩의 팀을 존중하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현재의 바르싸를 사랑한다. 펩과 함께했던 ‘특별한 바르싸’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소중하지만, 그렇기때문에 펩의 팀과 경기한다면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이겨줬으면 했다. 내 소중한 기억이 여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펩을 더이상 내 팀의 감독으로 그리워하지 않을때야말로 그 지나간 황금기의 추억이 완성되는 것이다. 소중한 과거를 딛고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되니까. 내가 펩을 떨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소모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과거에 갇혀 살았는지 생각하면 아주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ㅋㅋㅋㅋ).


















































물론 당연히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없애고 싶지는 않다. 그것도 바르싸와 함께 한 과정이니까.
다만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처음 보내는 것에 서툴렀을 뿐이지.

펩은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특유의 성격을 발휘해 루쵸의 바르싸를 연구하고 또 연구하고 연구한 다음, 신중히 홈으로 바르싸를 초대하겠지. 네이마르는 다가오는 2차전을 내일이 없는것처럼 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기특한 마음가짐은 그날 필드 위에 오를 22명의 선수들 모두가 같을 것이다. 두 명의 지휘자들도. 정말이지 순수하게 2차전이 기대된다. 그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감히 예상조차 못하겠지만, 앙리는 말했다. When you have Leo Messi it is a big advantage.
When you have that man in your side, anything can happen.







“리오넬 메시가 내 편에 서있다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