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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I/Albiceleste

140615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아르헨티나 vs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by 로♥ 2014. 6. 18.


2014 피파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그룹F 1차전
Argentina vs Bosnia & Herzegovina



월드컵 시즌이 돌아왔다. 이 대회에서 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얼마나 많은 득점을 하고 실점(도) 하고 뛰고, 조율하고 맞춰왔던가! 월드컵이 세계의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와 즐거움을 줄 순 없지만 그럼에도 월드컵이 특별한 한가지는,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영광을, 어느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취미를 선물한다는 것이다. 12년전,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웃고 떠들다 우연히 틀려진 TV 채널의 월드컵 대비 평가전을 보던 그 날이, 생전 공이라곤 차보기는 커녕 제대로 된 구기게임조차 해본적 없던 내가 축구팬의 길로 들어선 첫 발이었다. 언젠가부터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건 살면서 몇 번이나 경험할지 알 수 없기에 꽤 매력적인 이벤트라고. 물론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반대한 브라질 월드컵 준비과정을 제 3자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내가 정세에 너무 밝지 않을 때’에는 그렇더라는 조건을 달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나는 2014년 여름, 이 프리시즌의 월드 이벤트를 최대한으로 즐기기 위해 알비셀레스테와 남미조별예선을 ‘함께’ 준비해왔는데, 드디어 휘슬은 울렸고 몇몇팀은 벌써 본선진출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섰다. 또 기쁘게도, 내가 응원하는 이 아르헨티나 역시 그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이란, 나이지리아가 한데 묶인 F조. 객관적 전력을 고려해 봤을때 이미 좋은 팀인 보스니아에 이긴 아르헨티나가 이란과 나이지리아에 진다는 예상은 하기 어렵고 (공은 둥글다는 말을 하려는 이도 있겠지만 그 이야기는 객관적 판단이 필요 없는 상황-킥오프 직전-에 하는게 어울린다고 보고) 무엇보다 아르헨티나는, 내가 예선때마다 하던 소리를 되세겨보자. ‘재미없다 지루하다 이래선 안된다 답이 없다(ㅋㅋㅋ)’ 하지만 이 솔직한 감상의 뒷편은 남미 지역예선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높은 승점으로 브라질에 도착한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 쓰여져 있다.












선발 명단을 보면 알다시피 아르헨티나는 어울리지도 않는 5-3-2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월드컵에선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스니아는 좋은 팀이었지만 다행히 월드컵 첫출전에 대한 기대와 걱정때문인지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고 아르헨티나의 파이브백은, 발상은 나쁘지 않지만 이걸 월드컵 예선전에 보기엔 너무 재미없는 전술이었다. 아니면 저들에겐 아직도 이르거나.

해서 킥오프 직전엔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킥오프 휘슬이 불리고 2분 후,
1-0 세라드 코라시냑 자책골




그리고 한동안 득점도 실점도 없던 두 팀.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지나치게 피곤하지 않는 한 치뤄지는 경기 대부분을 보고 있는데, 대부분은 내가 응원하면서 보는 팀이 이겼고(이것도 습관인지 성격이랄지 응원하는팀 없이는 도무지 못보겠더라. 누군가는 반드시 이기거나 져야하고, 이겨도 져도 상관 없거나 이기는 팀이 내 팀이라는 생각으론 경기가 안봐진다. 그럴거면 자는게 낫고) 코파 아메리카부터 계속해서 마주쳐온 팀들이라 그런지 내 생각 이상으로 남미팀들이 각별하고 잘하기도 잘해서, 더더욱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걱정되더군. 그러나






2-0 리오넬 메시 결승골






이후 종료직전에 멍청히 실점하긴 했지만, 메시의 이 골을 보고 내가 알비셀레스테를 필요이상 걱정하고 있음을 드디어 깨달았다. 정말 진심으로, 간절히 레오가 월드컵을 들길 바라서인지 이성적 판단히 전혀 안되고(ㅋㅋㅋ) 여전히 완성된 팀이라는 생각은 절대 안들지만-실제로도 그렇고- 꽤 괜찮은 팀을 이제 갓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들 보듯 본다는걸 깨닫고 나니 조금 부끄럽더라ㅋㅋㅋ. 물론 형편없는 전반전과 엉망진창인 미드필더들, 사이도 개인기도 좋은데 아직도 종종 사인이 안맞는 포워드들인걸 알면서도 꽤 괜찮다고 표현해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때도 (며칠이내로) 오겠지만 이 경기에서는 좀 참자. 무엇보다 리오넬 메시의 저 세레모니를 봐. 그렇게 많고 가치있고 화려하고 빛나고 결정적인 골들을 수없이 넣어온 리오넬 메시가 여전히 저 한 골의 가치에 포효하는데, 많은 말은 필요없다.






결국 2대1로 F조 첫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아마도) 라커에서 메시의 월드컵 유니폼을 득템할 메두야닌ㅋㅋㅋ


































































레오의 이 감동적인 골셀러브레이션 밑에 달기엔 유감스러운 사족이지만 이 경기를 두고 레오가 필요이상 욕먹는 분위기가 이해가 안간다(심지어 국내에서). 어느 누군가는 전반전엔 그럴만 했다고 무심히 얘기할수도 있겠지만, 아니. 메시는 전반전에도 제 할일을 다했다. 레오는 언제나 제 할 일 그 이상을 하고 있다. 기대치가 크다고 더 많이 욕먹을 필요는 없지. 그래서도 안되고. 사람들은 항상 비판과 비난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니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는데 왜 비판을 해야하지?






***
찝찝한 마음을 안고, 마지막으로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터널의 절친.talk

아르헨티나 유니폼 진짜 (항상) 이뻐ಥ_ಥ








이왕 월드컵이 시작되었으니 위에서 하던 말을 이어하자면, 남미팀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낀다고 했듯 나는 정말로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좋다. 항상 유쾌하고 빠르고 공격적이다. 조별예선 경기들 대부분이 재밌었지만 그런데도 종종 남미예선이 정말 재밌는 편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다른 대륙vs남미와의 경기면 특별히 악의가 없는한;;;;; 남미팀 편을 들고있는데, 참 재밌는게 그 남미예선에서 가장 높은 승점을 쌓았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르헨티나는 내가 느끼는 남미팀 특유의 스타일이 거의 없다. 그렇기때문에 유쾌한 다득점 경기 중인 다른 남미팀과는 조금 다른 아르헨티나가 -왜그리 비약적인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ㅋㅋㅋ)- 고전하면 어쩌나 정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 진심으로 기쁘다. 이제 이 시점에서 바꿀 수 있는건 그리 많지않지. 지금 가진 것이 전부다. 나는 레오가, 그의 팀이 가장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만 바라보며 월드컵을 소화했으면 좋겠다.그들은 어쨌거나, 결국엔 승리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