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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3-14

140426 티토 빌라노바 별세 +리그35R 비야레알 vs 바르셀로나

by 로♥ 2014. 4. 30.


Francesc ‘TITO’ Vilanova Bayo
1969.09.17 - 2014.04.25





남은 사람의 서글픔에 대해 말하자면, ‘그래도 시간은 간다’는 것이다. 힘든 일을 겪으면 슬픔에 잠식되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일상을 보내고 웃고 떠들고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또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문득 울음이 터지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울음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동시에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내가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일상을 보내도 되는 것인가’.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힘든일에 부딪히고 겪어내고 마침내 마음을 굳게 다지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 문제인걸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스스로를 문득 자책하게 된다는 점. ‘빈자리’는 그렇게 계속 될 것이다.






이제 티토 빌라노바 전감독에 대해 말해보자. 거짓말로라도 ‘환상적인 시즌을 함께한 감독’이라고는 못하겠다.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기 때문에. 물론 내가 말하는 환상적인 시즌에 트로피의 갯수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티토가 감독으로 부임했던 그 해에 바르싸는 승점 100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며 프리메라 리가 정상에 올랐고,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했으며 코파델레이는 결승까지 도달했다. 그런데도 환상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티토가 건강상의 이유로 감독직을 사임하며 꾸레들에게 들려준 ‘티토 빌라노바의 편지’ 글에 그의 마음과 나의 심경이 담겨있다. 티토는, 나에게도 최고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의 다음 자리를 이어받았고 나는 그 점을 오롯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 것이 내 스스로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그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렇게 써뒀더군. ‘한 시즌 정도는 그래도 될 줄 알았다. 티토는 계속 곁에 있어줄테니까’.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에 티토 전감독이 투병중인 암에 의한 합병증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티토의 암이 생겼다 낫고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은게 25일까지 정확히 네 번. 네번째였으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곧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이걸 스트레스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일주일 여를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었다. 여기선 정확한 표현을 할 수 있겠지. 대한민국은 일주일여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 스트레스는 일련의 소식을 듣고 보는데서 느끼는 분노뿐만이 아니라 슬픔, 우울, 걱정과 격정, 후회, 미안함과 절망, 답답함, 비통함, 무력감 그 모든것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울고 하루는 화내고 하루는 울고 하루는 분노하다가 티토의 소식마저 듣게 되었을땐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경황이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곧 괜찮아지리라 생각한 반나절 뒤에, 그의 사망소식을 읽게 된다. 온전히 그의 안부조차 걱정하지 못하고, 일방적이지만, 이렇게 이토록이나 철저하리만치 후회로 점철된 관계가 또 있을까.






TITO per sempre etern.


온 마음을 담아, 그저 그의 마지막이 평온했기를. 좋은 인생이었다 회상했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314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Villareal CF vs FC Barcelona





故티토 빌라노바 헌정경기라 해도 무방할 비야레알과의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사실 두 개의 일을 따로 떼어쓸까 생각했으나 그런다고 내 마음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닌데다 ‘이어지는’ 경기와 따로떼어 생각하기도 힘드니 실로 오랜만에 업데이트를 하면서도 좋은 기분으로 올리지 못해 아쉽다.



















특히 경기를 앞두고 종종 행해지는 추모식은 나와는 아주 먼 일-가장 가까운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故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의 별세소식인데, 아라고네스 감독님은 연세도 있으셨고 (기억이 맞다면) 병으로 돌아가신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자연의 섭리라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이라 생각했는데, 불과 일년 전까지 나와 같은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던 젊은 감독의 얼굴을 이렇게 마주하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슬프지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요절은 그 중에서도 가슴에 사무치는 일이 아닌가. 물론 어리고 빛나는 자녀를 잃은 부모님의 마음 역시 이루 말할 수도 없을 것이고.





더욱이 오랜만에 ‘좋지 못한 기분’으로 올리는 포스트와 경기에 대한 감상 또한 일괄적이라 이또한 서글픈 일이다. 이 경기가 어떤 경기였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글쎄. 재밌는건 ‘후반’ 30분부터였고 팀이 2대0으로 끌려가고 있는데 역전승에 대한 기대만으로 설레어 있었을 팬은 아무도 없겠지. 다만 포괄적으로 바르트라가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












경기는 75분쯤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미있어졌다고 했지만 다른 의미로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는데

무엇인가하면

2-1 바르싸 대신 비야레알의 가브리엘이 선물한 만회골







이윽고 무사치오가 선물한 감사한 동점골 2-2


역전의 기회를, 비야레알 선수들이 몸소 만들어준 것.
‘바르싸’를 상대로 무려 2대0으로 앞선다는건 정말 엄청난 집중력과 행운을 필요로 했을텐데
만회골도 모자라서 동점골까지 만들어주다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ಥ_ಥ






2-3 역전의 슈퍼 히어로 리오넬 메시




물론 그래서 이 역전승이 아주 짜릿했느냐 하면 물론 그렇진 않고 ☞☜ 그저 안심했다.
그래도 지진 않았노라고.



의미두지 않으려해도, 선수들에게도 의미부여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텐데 지지않아 다행스럽고,
물론 기쁘다.











마지막으로 이 경기에서 나온 최고의 빅재미 장면을 그냥 넘길 순 없지.
코너킥 플래그를 향해 걸어오는 다니를 보고 비야레알의 관중 하나가 바나나를 던지는 미개한 짓을 했는데, 그러고보면 내가 다니 알베스를 알게 된 최초의 기억에서도 다니는 인종차별 문제에 핏대를 올리며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다니가 스페인 최고의 클럽인 바르싸에 이적하고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한 시대를 풍미한 팀의 일원이 된 지금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인종차별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다니가 명백히 자신을 향한 조롱임을 알면서도 저 바나나를 집어먹은건 그가 이제 이 문제에서 익숙해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태연한 얼굴로 대처했고, 이후 많은 축구관계자들이 바나나를 까먹으며 다니의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아마도 인종차별 문제는, 다른 피부색을 가진 인간이 지구상에 단 둘만 남아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문제라고해서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 열광적인 축구장의 빛나는 인공조명 아래, 자랑스러운 필드 위에서 저런 수준이하의 천박한 일들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우리중 그 누구도 그 어떤 차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이 행동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와닿을 것이다. 축구장은 특히 세상의 ‘미래’가 될 아이들의 눈도 많다는 것을 잘 세겨뒀으면. 어느 누군가는 말하지 않았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미래에 어떤 길을 내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눈 덮인 광야의 한 걸음도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