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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iga/Holaleo

슬램덩크+

by 로♥ 2012. 5. 18.

오늘은 축구도 바르싸 얘기도 없어요. 정말 순수하게 만화 슬램덩크 이야기를 하고싶어서+사진도 물론 상관 없습니다. 
그냥 나 좋으라고 올리는 사진, 바르샤 얘긴줄 알고 읽다가 낚이실까봐.




1
스포츠팬이라면 응당《슬램덩크》를 읽지 않고서는 도무지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축구팬을 자처하기 전부터 슬램덩크를 좋아 했고, 축구팬이 되고나서 부터는 슬램덩크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언젠가 한번 말한 적 있지만 슬램덩크는 내게 건전한 스포츠맨쉽을 갖게해 준 성서이기 때문인데, 슬램덩크를 아주 몰랐다면 하나의 팀에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숨어있듯 여타 다른 팀에게도 ‘똑같이’ 숨은 이야기와 노고가 있음을 미처 헤아리진 못했겠지. 내가 늘, 내가 싫어하는 클럽을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한다는 것도 이 것으로부터 기초되어 나온 생각이다. 내가 바르샤의 모든 드라마틱한 부분을 사랑하고 그들의 노력을 함께 지켜봐오듯, 내가 싫어하는 팀 팬들의 심정도 그와 똑같을 것이라는걸 이해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싫은 클럽의 싫은점을 비아냥 거리지 말자고, 늘 다짐하고 다짐하고 다짐하며 상대팀을 최대한 존중하려 하지만, 정작 나는 상대팀 팬에게서 똑같은 존중을 단 한번도 받아본 적 없다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이다. 덧붙여 나 역시도 마음이 넓지못해 상처가 쌓이면 쌓일수록 내가 정한 룰-최대일 필요는 없다, 상대팀을 그 팬들을 최소한은 존중하(려 노력하)자-을 절대적으로 지키진 못하고 있지만, 동네북보다 못한 처지에 뭘 바란다는 것 자체가 제일 우습지 사실.





2
주인공인 북산 선수들을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해남대 부속고 소속의 이정환. 슬램덩크에 나오는 캐릭터치고 매력 하나 없는 캐릭터 있겠느냐만은 이정환을 특히 좋아한다. 나는 약간 엘리트 의식이 있는 사람이 좋거든(물론 능력이 뒷받침 되는). 슬램덩크의 각 고교속 에이스들은 모두들 투지와 승부욕이 강한데 그들 각각이 나름의 라이벌이 있는 선수들인 반면에, 이정환의 위치는 초고교레벨의 선수들 중에서도 탑이고 포인트가드 중에서도 독보적인 맛이 있는 ‘캐릭터’다. 16년 연속 결승 토너먼트에 진줄한 화려한 해남과는 달리 기록이라고는 없는 초라한 역사의 북산과의 결승토너먼트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경기에 대한 생각뿐인 해남의 주장, 이정환을 보고 해남의 감독은 이렇게 감탄하지. “정상에 있는 네가 가장 승리에 굶주려 있다니! 올해도 네가 최고다.” 이 마인드! 이 최고의 마인드! 내가 몹시 사랑해마지않는 한 명의 축구선수가 생각나는 대목이군(ㅋㅋㅋ). 더욱이 승리를 열망하는데만 그치지않고, 채치수가 부상으로 나가고 벤치가 약한 북산의 약점을 노리는 플레이를 지시하자 자칭 해남의 슈퍼 루키 전호장이 자기들 해남이 어째서 상대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치사한 플레이를 하느냐 묻는데, 리더 이정환이 해남의 응원석에 걸린 걸개를 가리킨다. 바로 그 해남의 슬로건이 무엇이던가. 「상승常勝」이기기 위한 최선의 모든 플레이. ‘너도 해남의 플레이어라면 어리광 부리지 마라’. 크- 완전 멋있어ㅋㅋㅋ 상남자다 완전 스포츠맨이야.



3
반면 유일하게 싫어하는 팀은 북산이 전국대회에 첫출전해 처음으로 맞붙게 된 ‘에이스 킬러’가 있는 풍전고교인데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농구를 좋아하게해준 전前 감독님의 농구 철학을 지키면서 승리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방법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오펜스 8에 디펜스 2의 런&건. 매년 8강까지가 끝인 ‘재밌는’ 농구에 대한 딜레마(플레이 하는 선수들도 지켜보는 관중들도 재밌지만 전국대회 8강 이상의 성적은 없)는 생각할 거리가 있는 부분이지. 이 점은 분명 모든 스포츠에 영향을 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각본없는 감동의 스포츠라해도 요즈음은 비즈니스 성향이 더욱 부곽되고 있다. 팬과 구단수뇌부의 승리를 향한 열망은 같지만 그 의미는 다를 것이다. 바르싸에 대입해볼까. 크루이프이즘의 토털풋볼을 바탕에 두고 끊임없이 볼을 소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빠른 패스와 삼각형 진형 유지를 토대로 공격하는 바르싸의 축구철학으로 여지껏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왔다. 하지만 팬도 재밌고 선수들도 즐거울 이 특유의 플레이로 만년 준우승 밖에 못했다면 어땠을까?

스포츠도 결국은 결과론적으로 밖에 말할 수 없지만 현재의 심정은 그렇다. 지금으로써는 우승을 위해서 모든것을 다하기 이전에, 단지 이기기 위해서 바르싸가 그 축구철학을 포기한다면 적잖이 실망하게 될 거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바르싸가 절대 지지않으려고 텐백을 한다면? ㅋㅋㅋㅋ 나는 더이상 축구를 보지않겠지. 내가 항상 입버릇처럼 결과가 최고다, 이기는게 가장 좋다, 이길 수 있다면 모든 수를 다 써서라도 이겨야한다 말하지만 그건 바르샤가 자기들의 플레이 방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고있기 때문이지. 이기기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부으라는 말에는 항상 ‘고유의 플레이방식을 고수 하면서’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다. 바르싸가 필드 위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는 별명이 있는 것도 그 고유의 축구철학을 유지하면서 좋은 성적도 내고있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거고. 바르싸가 자신들의 방식을 포기한다면 그 걸로 끝이다. 하지만 구단도 팬과 같을까? 당연히 같다고 말해야겠지만, 사실은 모를 일이지. 글을 조금만 앞으로 돌려보자. 분명 재밌는 플레이를 하고 해보이는 선수들인데, 어느정도 이상의 성적을 못낸다면 구단도 마냥 웃고있을 수만은 없을거다. 실제로 라리가에서는 -구단의 방식을 거스르면서-재미없는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잘린 감독이 여럿있고 타리그에서는 단지 구단주의 입맛에 안맞아 잘린 감독도, 내보내질 위기에 놓인 감독도 있는 마당에 바르싸라고 해서 혹은 바르싸이기 때문에 더더욱 속사정은 알 수 없게 되는 거지. 그렇게, 하고싶은 농구에 대한 이상과 성적을 내야하는 현실의 괴리를 느끼면서 이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그대로 마음에 품고 전국 대회에 출전한 풍전고교는 알려진 이름도 없는, C랭크의 북산에게 1라운드에 패해 자취를 감추었다.




4
개인 플레이어로는 이정환, 그렇다고해서 내가 해남도 가장 좋아할까? 아니. 학교, 팀으로써는 고교 농구계의 패왕, 역시 산왕공업이지 앞서 이정환에게 독보적인 PG라 했지만 사실 가장 독보적이면서도 무결점‘선수’는 여기에 있다. 산왕선수들은 내가 생각하는 ‘1등’에 가장 이상적이고 알맞은 선수들이다. 개개인의 월등한 실력과 팀으로써도 뛰어난 조직력 필사의 노력과 훌륭한 마인드. 작가가 젊은 팀인 북산에게 붙혀주기에 더없이 이상적이면서도 독자가 읽기에 가장 멋있는, 기어이 북산이 이기는 모습을 봤을 때의 환희가 가장 최고조에 달하는 완벽한 대전상대를 그려냈다는 느낌이 절로 들만큼-산왕전을 치루기 전날 밤 채치수의 과거를 함께 회상해보자. 채치수가 처음 주간바스켓볼을 샀을때, 그는 그 잡지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임팩트 덕분인지 전국대회 결승전을 꿈꿀때면 언제나 그 대전상대는 늘 산왕이었다고 했다-. 이 경기에서 슬램덩크 명대사의 8할이 쏟아져나오는 것도 그 증명이지(ㅋㅋㅋ). 북산과의 시합을 하기 전날 산왕의 선수들은 대대로 고교 농구계의 왕자로 군림해왔던 자신의 선배들로 짜여진 OB팀을 가상북산으로 이름 붙혀 연습시합을 하는데, 그 선배들을 압도적으로 이기고서도 이렇게 말하는 선수들이다. ‘북산이 선배들보다 못하다는 보증은 없으니까.’ 북산이라는 팀을 처음 들어봤을텐데도 불구하고.



5
마지막 (완전판)네 권은 온전히 북산vs산왕전에 쏟아부었을만큼 공을 들인 시합인데 그 길이가 지루함은 커녕 시합이 진행되는만큼 집중력도 같이 높아진다. 산왕선수들의 완벽한 멘탈에 감탄을 하기 시작했던것은 게임이 시작된 초반이었다. ‘발동이 늦다’하는 산왕의 에이스 정우성을 타박하는 주장 이명현과 신현철을 보고. 서태웅과 적당히 놀고있던 정우성을 보고 이명헌이 말하는데,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해라, 넌 에이스니까(그래도 된다). 하지만 에이스가 당하면 상대는 더욱 거세어진다 ‘상대에게 당하는 에이스라면 없는게 낫지’. 그리고 서태웅에게 제쳐지고 정말로 교체아웃 되면서(이 결단력ㅋㅋㅋ+항상 이겨온 자들의 여유와 짜임새 좋은 팀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해서) 내가 몇 번인가 말을 꺼낸적 있던 그 노도의 후반을 맞는 것이다.


 
6
북산은 극적인 역전승으로 산왕공업을 누르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만,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하고 토너먼트에서 탈락되었다는 슬램덩크의 결말. 심지어 내레이션으로 읊어줄 뿐인 이 전국대회의 마무리가, 어찌보면 어수선하고 어찌보면 무책임한 것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가장 완벽한 결말. 산왕전이 끝나고 강백호의 재활치료 사이의 그 ‘시간’을 나는 아주 완벽한 공백보완효과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때문에 아마도, 내가,《슬램덩크2부》를 기다리지않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슬램덩크 이후의 이야기를 보고싶지 않다(작가가 폐교의 칠판에 그려준 슬램덩크 그 후의 이야기 제외, 그건 이벤트니까). 북산이 우승을 못했기때문에 이 만화가 더욱 빛나는 거다. 현실에서 있을법한 이야기, 실제 일어났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얼마전 농구계를 발칵 뒤집었을 부산 중앙고 선수들의 멋진 이야기를 봐도-였기 때문에. 작가와 출판사의 대립 때문에 북산을 지게 만든 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ㅋㅋㅋ) 그럼 좀 어때? 그런 긴박한 순간에 이런 극적인 결말을 짓는 것도 순전히 작가재량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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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이야기가 나오면 응당 빠질 수 없는 것이 그 명대사인데, 그런 의미에선 명대사를 쏟아냈던 변덕규가 기억에 남는다(ㅋㅋㅋ). 채치수의 기세에 눌려 의기소침해졌을때 변덕규는 주변을 둘러본다. 능남에는 윤대협이 있거든. 팀의 에이스를 보면서 변덕규는 ‘나는 주연이 아니라도 좋다’ 생각하고 일어나 다시 최선을 다했던 그 경험을, 신현철과의 압도적인 격차에 짓눌린 채치수를 위해 그 때 그 상황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언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화려한 기술을 가진 신현철은 도미, 네게 화려하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넌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되어라.




8
얼마전부터 우리팀 경기를 기다리다 지루해 다시 슬램덩크를 틈틈히 읽다가 이야기가 몹시 길어졌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슬램덩크를 정말 좋아한다. 만화로써도 좋고 가끔 축구를 보다 몹시 짜증스럽고 별 시덥잖은 온갖가지 생각들이 다 들때면 그때 가장 도움되는건 슬램덩크 뿐이다. ‘현실과는 달라서’ 우습게도 스포츠의 매력을 가장, 가장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거든. 그러면 나는 다시 힘을내서 축구를 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팀은 바르샤고 산왕이고 그 대전 상대는 어느 날은 능남이었다가 해남이었다가 상양이었다가 북산일 때도 있다. 레오가 수많은 경험을 쌓고 넘어오는 동안, 상대는 조용히 분을 삭히고 가장 완벽한 슈팅폼을 다듬은 신준섭이었다가 3년동안 친구의 꿈을 함께 바라보며 꾸준히 노력했던 안경선배였다가 지칠 줄 모르는 강백호였다가, 탈진하기 직전까지 완전히 바닥난 체력으로도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림을 바라보는 정대만이었다가, 언젠가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인 신현철을 마주하게 될 날도 오겠지. 이건 정말 기대할 가치가 있는 일이구나. 다른팀 선수의 노고를 떠올리면 게임은 다시 재밌어진다.

그리고 나는 이 글로 축(얼)빠에 이어 만화 덕후의 정점을 찍겠지(?).
북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정대만, 정대만과 이정환을 붙여놓으면 의리로 정대만의 손을 들어올릴지도 모르겠다(ㅋㅋㅋ). 그리고 숱한 명대사들, 엄청난 말풍선들 사이로 나온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영감님이 늘 북산의 선수들에게 해주는 그 말, 가장 의지가 되기도 하고 마법처럼 정말로 그렇다고 믿게 되는 그 한마디.



우리들은 강하다.










(+) 이건 보너스

듣기로는 이 문제 답을 몰라서 보너스 쓰셨다고(ㅋㅋㅋㅋㅋㅋㅋ)




(+) ll 테요 트위터@Ctello91에 올라온 사진 한 장

하나만 빠지면 참 좋겠다.
식사는 맛있게 했나요, 바르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