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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8-19

190318 리그28R 레알 베티스 vs FC바르셀로나

by 로♥ 2019. 3. 20.



1819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Real Betis vs FC Barcelona





현실보다 더한 드라마는 없다는 것을 나는 리오넬 메시를 보며 느낀다. 그는 일찍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마침 재능이 있었으며 꿈을 위해 자신이 나고자란 고향을 떠나는 결단력 또한 있었다. 로사리오에서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길에 오른 어린 리오넬 메시는 자신에게 확신이 있었을까? 라 마시아에서 훈련과 치료를 거듭하며 퍼스트 팀에 데뷔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동안 자신의 성공을 짐작이나 했을까? 프리메라리가 데뷔 이래, 단 한번의 예외없이 바르싸와 프리메라리가와 아르헨티나와, 나아가 현대축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질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베티스와의 전반기 경기는 도려낸듯이, 아주 깔끔하게 잊어버렸지만 이 경기를 보고는 그들의 전반기 승리가 요행이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더군. 경기가 끝나자 한편으로는 베티스가 궁금해져서 -궁금한 팀이 생기면 으레 가장 먼저 하듯이- 리가 성적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리오넬 메시에 대패후(ㅋㅋㅋ) 정확히 11승 11패로 양분되어 아슬아슬하게 발렌시아를 압박 중인데 승무패 기록만 본다면 -발렌시아로서는 슬프게도- 순위가 뒤집혀도 전혀 의문이 없을 수준인 것을 상기하자, 나는 번뜩 떠올렸다. 베티스가 라리가에 다시 올라선지도 벌써 4시즌차다. 그러는동안 강등권에 머물렀던 적도 없지. 나는 중하위권 싸움에 대해서만은 항상 라요 바예카노에 온 관심을 기울이느라 나머지 팀들에 대한 인상을 좀처럼 바꿀 기회가 없는데, 지금이야말로 내가 기억하는 '세군다리가에서 올라온 팀'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가 온 것이다. 어쩌면 진작 그랬어야 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이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리가랭킹을 벽에 붙은 벽지보듯 스치고 마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분명 이 게임에서 베티스는 꽤 훌륭했다. 물론 바르싸도 나쁘지 않았지. 결국 승리한 것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르싸이지 않은가. 이 미적지근함을 달래기 전에, 먼저 리오넬 메시의 환상적인 선제골을 보고 시작하자.


0-1 리오넬 메시 프리킥골




베티스는 이 시점이 되기까지도 꽤 좋은 찬스를 여러번 만들어냈지만 누구도 그것을 결정짓지는 못했다. 그러는동안 바르싸는 베티스가 그 기회를 살릴 수 없도록 미친 전방압박을 했지. 또한 스코어보드를 먼저 넘긴것은 어김없이 바르싸였다. 왜겠는가.





0-2 리오넬 메시 추가골




두 팀이 서로 준수한 경기를 했다. 베티스의 끊임없는 공격도 매력적이었고, 내가 평소 바르싸에 기대하는 퍼포먼스는 아니었지만 바르싸 또한 다른 방향으로 훌륭했다.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한가지다. 바르싸에는 있고 베티스에는 없는 것.









0-3 루이스 Finally 수아레즈




그 직후, 수아레즈는 결국 해냈다.
불과 2분 사이에 의미가 다른 헛웃음을 두번 지었다고ಥ_ಥㅋㅋㅋ 그리고 수아레즈는 종료 거의 직전에 잔디위로 미끄러지고 만다. 이때 삔 발목때문에 최대 보름간 휴식할 것으로 보이..기는 한데, 마침 또 A매치주간이라 수아레즈가 어디서 회복 하게될지는 모르겠군. 어쨌거나 82분, 베티스는 한 골을 만회하며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가 했는데 3분뒤,





1-4 "리오넬 메시"




이 완벽한 수미상관을 보라.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야말로 영화가 흉내낼 수 없는 현실이고, 이 놀라운 득점방식이 완성하는 그의 서사만큼 입체적인 캐릭터는 절대로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 레오는 발전 없는 어린 날(ㅋㅋㅋ), 자신이 어느정도로 성공할 수 있을지 짐작이나 했을까? 모든 축구팬들이 경탄과 존중을 담아 그의 이름을 외치게 될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순수히 자신의 플레이만으로 원정팀 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게 될 날이 오리라는 것을 감히 꿈꿔본 적 있었을까?


레오의 이 인크레더블 득점에 베티스 홈팬들은 그를 향해 기립박수를 쳐주었고





Leo Messi. "I honestly don't remember an ovation like that (from rival fans). I am really grateful, it had never
happened to me before. We're always treated well here, beyond the fact we're rivals. It's an important win."


레오는 겪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놀라움과 감사를 표하며 다정히 회답했다.







































첫번째 프리킥 골에서부터 이미 리오넬 메시에게 몇번이나, 몇년째 그래왔던 것처럼 여전히 감탄했지만 그보다 더한 골이 이토록이나 갑작스럽고 강렬하게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다. 레오가 해트트릭을 완성했을때 득점에 대한 기쁨이 아니라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헐 하는 멍청한 소리를 냈지(ㅋㅋㅋ). 여담이지만 나는 포스트를 작성하며 몇가지 태그를 꾸준히 걸고있는데, 개중 해트트릭 태그는 쓸까말까 상당히 고민하며 만들었던 것이다. 시즌중에 해트트릭하는 게임이 그리 많이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바로 그렇기때문에 만드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고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꼭 레오가 아니라도 해트트릭하는 선수가 나오면 누구에게라도 이 태그를 붙여왔는데, 이게 이토록이나 자주 쓰이는 태그가 될 줄이야ㅋㅋㅋ. 어쨌거나 이 승리로 하여금 레오는 직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유일한(!) 바르싸 최다승자가 되었고 베니토 비야마린을 채운 우리 한줌 꾸레들과, 베티스 홈팬들과 함께 또 한편의 드라마를 썼다.





언젠가 리오넬 메시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희망하는지 묻는 인터뷰가 있었다.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가지 그럴듯한 수식어를 다 끌어다붙여도 이질적이지 않을 선수가 아닌가. 그리고 레오는 쑥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레오가 좋아요.” 그는 알았을까? 그 어떤 단어들보다, 자신의 이름 다섯자가 결국엔 모든 설명을 대신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