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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3-14

140120 리그20R 레반테 vs 바르셀로나

by 로♥ 2014. 1. 21.


1314 프리메라리가 20라운드
Levante UD vs FC Barcelona



실로 오랜만에, 아주 대단히 지루한 게임을 보았다.

레반테라. 레반테 경기를 보면 항상 ‘라 리가에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니 ‘노련한 플레이’니 거의 매시즌 매경기 같은 코멘트를 들어왔는데 이 점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레반테 선수들은 라리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오랜 경험을 쌓아왔으며 내가 봐온 한 경험이 주는 노련한 회피(!)를 매경기 봐왔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들의 속터지는 플레이를 존중해왔지만 지난밤엔 그러지 못했다. 바르싸가 졌-비겼고 레반테는 ‘와 언제적 텐백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도록 필사적으로 이열횡대를 사수했다. “이기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한다” 이길수 있다면 무슨짓이든 해야한다는 아이러니한 문장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다.




축구에는, 스포츠는 유감스럽게도 필승법이 없다. 머리가 비상해도 발재주가 뛰어나도 체격이 좋아도 시야가 넓어도, 선수 한 명이 가진 컨디션의 120%를 발휘할 수 있어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확신해서도 할 수도 없지. 그렇기때문에 이제와서 레반테가 왜 어제와 같은 선택을 했는지 고민하게 되더라. 그들은 정말 승점 1점에 만족했을까. 1라운드에서 7대0으로 졌으니 2차전에선 그렇게 지지않았다는 것 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일까. 결국 승리조차 가져다주지 못한 하나의 선택이, 성공도 실패도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겠지. 바르샤가 이겼다면 확실히 실패라고 결정지어 주었을 것이다-바로 몇시즌 전까지만 해도 바르샤에겐 애지간한 텐백도 안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바르샤는 왜, 이기지 못해, 나를 열받게 하는 걸까.












레반테가 그다지 환영하기 힘든 방식-전술이라고 하기도 싫다-으로 경기를 풀어나갈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생각은 ‘이 방식이 성공하면 연속해서 두번을 더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코파 델 레이에서의 홈과 어웨이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승패를 결정지어야하는 토너먼트의 2차전에선 도박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1차전에서만큼은 최대한 방어하고 싶겠지. 그렇기때문에, 더더욱 바르샤가 기를 꺾어주길 바랐다.

1-1 제라르 피케 동점골





그리고 내 바람은 피케가 전반전, 이르게 동점골을 넣으면서부터 이루어지리라 생각했지만 웬걸. 이 한 골로 겨우 패배를 면한채 승점 1점이나마 챙길 수 있게 될줄이야. 더욱이 반격해 나가기는 커녕 후반전에 들어서자 지루하디 지루해서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설마하다 결국 1대1로 종료휘슬이 불렸을땐 정말이지 입에서 쌍욕이 맴돌았지만 이또한 하늘의 뜻일까(ㅋㅋㅋ).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마저 세비야와 비기고 끝낸 덕분에 바르샤는 여전히 타이틀을 지킬 수 있었지만, 상위 두 팀과 삼위 마드리드와는 승점이 1점까지 좁혀지고 말았지. 결국 세 팀이 타이틀매치를 벌이게 될 것이다.






자신의 장갑과 유니폼, 아낌없이 뿌리는 발데스.gif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체감하기로는 너무나도 패한 기분이라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비기고 있어도 지고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선수들 하나하나에게도 상당한 부담이겠지. 가끔 내 불타는 승부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경기는 재미도 없고 지기까지 했- 비기기까지 했으니 더할 말도 없는데, 바르싸 성적을 신경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바쁜데 부쩍 구단까지 시끄럽다. 다른건 다 급히 얘기할 것도, 필요도 없으니 밀어두더라도 한가지에 대해서만은 서운함을 표시하고 싶은데, 아스널이 오랜 역사동안 지켜온 하이버리 구장을 옮기며 이름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바꿨을때 나는 진심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로부터 7여년후,







바르샤의 홈구장 깜누 뒤에 스폰서의 이름이 붙게 된다는 소식을 접한다.

세상사는 참 이토록이나 알 수가 없다(ㅋㅋㅋㅋ). 깜누 카타르든 깜누 터키쉬 에어라인이든 깜누 펩시든 깜누 나이키든 뭐가 되더라도, 단언컨대 블라우그라나에 유니세프외 하등스폰서가 붙는 것보다 더 싫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유니폼에 스폰서가 붙는 것엔 제법 관대하게 굴었다는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구단의 사정을 조금 더 생각해봤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또한 잘 알고 있었으며 돈을 벌 수 있다면 벌어두는 것이 미래의 구단과 내 사랑하는 선수들-의 실질적인 문제, 밥벌이등-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임을 이해했다. 가슴팍에 상업적인 의도를 띤 앰블럼을 단다고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물론 그렇다고 도박업체를 광고하는건 싫지만). 하지만 홈구장의 이름은, 유니폼 보다는 더욱 심사숙고 했으면 좋겠다. 혹자는 홈구장의 이름 뒤에 몇년간 스폰서 이름을 붙여주고 재정이 나아진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비즈니스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나쁠 것 없는 제안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름이 갖는 의미와 상징의 가치를 무엇보다 존중하고 싶다. 클래식은 어째서 여전히도 최고라 칭송받고 사랑받을까. 클래식의 역사와 깊이를 헤아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