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06@ FC바르셀로나 4-0 보루시아 글라드바흐
2020년의 깜누는 내가 익숙히 봐오던 그 깜누가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물론 그랬겠지만, 그것을 포함한 이유로 깜누 외관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런데 그 외관이 워낙 큰 탓에 깜누를 한 컷에 담는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더군. 다른 날 깜누 투어를 위해 낮에 다시 왔을 때는 주변이 굉장히 깨끗했는데 경기날이 되자 유니폼과 굳즈가 가득한 매대가 깜누를 둘러싸고 있었다. 오늘의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마지막 라운드, 보루시아 글라드바흐전.
더 흥미로운 대전이야 언제든 없겠느냐만은 나는 바르셀로나 여행을 결정한 것도 출국 예정일로부터 불과 2주전이었고, 내가 시간을 낼 수 있는 것도 그때 뿐이었으며 내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홈에서 열리는 경기는 챔스 6차전밖에 없었기에 아쉽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들 알겠지만 바르싸는 이미 5차전에 본선진출을 확정했기에 리오넬 메시가 뛰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거라는 예상을 하며 좌석을 선택하는건 조금 서글프기는 하더군(티켓은 한국에서 샀고, 괜히 기대했다가 배로 실망하고싶지 않았다). 좌석을 고를 때는 1선수들을 볼 것인지 2경기를 볼 것인지 극심히 갈등 했는데, 결국 꾸레이면서 선수들만큼이나 축구를 사랑하는 본능을 억누르지 못해 경기를 (내가 가진 예산 내에서) 보다 잘 관전할 수 있으면서 너무 멀지도 않은 자리를 선택했고, 경기 당일에는 경기시간 보다 2시간이나 일찍 깜누에 갔다. 그냥 깜누에 있고싶어서(ㅋㅋㅋ). 그리고 깜누 내부의 카페테리아에 앉아 하몽 샌드위치와 코카콜라를 우걱우걱 씹어먹으면서 경기 1시간 전에 습관처럼 라인업을 확인 했는데,
오 세상에, 메시가 있네.
이니에스타도 있다고. 선발라인업을 확인하느라 폰을 들고있던 손을 덜덜 떨면서 메시가 있네, 중얼거리다 일행의 비웃음을 샀지만 트리뷰나에 실제로 앉았을 때는 생각보다 더 시야가 좋아서 나도 감탄하고 일행도 감탄했다. 그리고 나는 살면서 이날만큼 돈 쓴 보람을 느낀 적도 없었지. 축구는 순전히 내가 보고싶어 가는 거라 티켓값은 내가 지불했는데, 그래서 사실 내 예상범위를 훨씬 웃도는 값을 주고 샀거든. 경기를 재밌게 잘 보고싶어서. 아, 물론 당연히 공홈에서 정가에 샀다. 내 예산보다 더 비싼 좌석을 욕심냈다는 것 뿐, 암표나 프리미엄 붙은 티켓으로 오해할까봐.
그리고 보다시피, 슬프게도 나는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은 없다(ㅋㅋㅋ).
경기 중일 때의 사진은 경기를 보느라 거의 못찍었지만 웜업 때나 깜누 전체를 찍은 사진은 더 많은데 워낙 못찍고 관중들 얼굴이 너무 자세히 나왔거나 일행이 찍어준, 내가 나온 사진들은 다 빼고 남은 몇 장의 사진들(ㅋㅋㅋ).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보여주며 레오가 여기에 있다고 손가락으로 콕 찝어 친구들 몇몇에게 자랑을 했는데, 친구들이 입을 모아 “이 점? 너만 알아보는 이 점 말하는 거야?” 라고 냉담히 말했다.
깜누는 정말 크고 예쁘더군.
레오가 뛰는 것을 본 것도 모자라 그는 풀타임을 소화했고 선제골도 넣었다. 나는 또한번 돈 쓴 보람을 느꼈고 이 날 투란은 해트트릭을 했지. 행복한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탔는데, 무척이나 유감스럽게도 지하철 안에는 블라우그라나를 입고있는 나와 내 열성에 감명받아 얼떨결에 머플러를 계산하고 만 일행이 두른 바르싸 머플러를 제외하면 모두가 보루시아의 팬들이었고, 나와 일행은 경련하듯 미소를 지으며 대화했다.
“내릴 때는 우리도 (보루시아의 팀컬러인) 녹색옷 입고 있는거 아니야?”
하핫.
161209@ 캄프 누 투어
경기 당일날 캄프 누 투어를 하는건 손해보는 기분이라-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어서- 경기 날에는 유니폼만 한 장 샀었다. 오, 그러고보니 긴팔 유니폼에는 마킹도 없고, 할 수 있는 마킹도 한정적이더군. 내가 긴팔 유니폼에 마킹을 해달라고 하자 레오랑 몇몇 선수들만 마킹해줄 수 있다고 하기에 오, 당연히 메시 마킹을 할 거라고 얘기는 했는데 ‘긴 팔 져지’ 라는 말이,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의류 용어랑 다르고 나는 전문용어를 몰라서 정말 애먹었다(ㅋㅋㅋ). 사진으로부터 정문으로 들어가려면 이 위치에서도 거의 반바퀴를 더 돌아가야 하는데, 앞서 말했지만 경기장이 정말 커서 입구 찾아가는 것 만으로도 엄청 걸어야 되더라고. 물론 경기를 보러 갈 때는 수많은 입구 근처의 숫자-사진은 18구역-를 보고 줄 서있으면 지정 좌석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선수와 스탭들 말고는 절대로 들어가볼 수 없는 그 공간(!).
깜누 곳곳을 둘러보는건 정말 재밌고 좋았지만 필드로 이어지는 터널 앞에서 갈라진 이 길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 나는 원래 한국에서도 하지 말라면 안하는 성미이고 매너를 중시하는 사람이기에 이 선을 넘을 생각은 절대로 없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선수들만이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사진을 찍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확인한 후에 찍었다(ㅋㅋㅋ). 사진이나 모니터가 아니라 내 두 눈으로 이 길을 직접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좋더군ಥ_ಥ
다른 관광객이 걸어올라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라 설리를 좀 빌림(ㅋㅋㅋ).
관광지라면 응당 그렇다시피 ‘나 혼자’나 ‘아무도 없는’ 사진을 찍는건 저엉말정말 어렵지 않은가. 시간이 괜찮을 때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지만 위의 앰블럼만 찍은 사진은 정말로 운이 좋았을 때고(그래도 한 5분은 저 자리에 서서 기다려봤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재스쳐는 취하지 않고) 아래는 개중 가장 사람이 적을 때. 포토존에서는 어차피 내가 원하는 사진 찍겠다고 오래 기다리고 있는 것도 민폐라 보통은 얼른얼른 찍고 넘어갔는데 이 곳은, 오. 알겠지만 나는 터널에서 이어지는 이 계단, 이 길, 이 순간을 정말정말 사랑한다고ಥ_ಥ.
마침 서로 먼저 앉아 찍으라고 매너있게 눈치 주던(ㅋㅋㅋ) 관광객 팀과 눈치싸움 하는 사이에 건진 ‘아무도 앉지않은’ 벤치 사진. 이 사진을 찍고 나도 당연히 여기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인종도 성별도 연령대도 다른 초면인 사람들과 마치 일행인 것처럼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을 얻었다. 모두가 유니폼을 입고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야(ㅋㅋㅋ).
캄프 누 3층 좌석과, 중계부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야.
Ⅱ 깜누 뮤지엄
내가 직관했던 그 보루시아전 선발 라인업을 적어놓은 보드판. 보루시아 스탭이 써둔 것을 그대로 세팅해둔 건지는 모르겠는데(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애초에 어웨이팀 라커룸 뿐이니) 보고 있으니 경기 생각이 다시 나서 좋았다. 귀가길 지하철에서 보루시아 팬덤홀에 빠져 당황하긴 했지만 독일에서 온 아저씨들은 매너도 좋았고 독일 사람들 답게(?) 마치 집앞 펍에서 마시듯 맥주를 마셔댔으며ㅋㅋㅋ 바르셀로나에 온김에 관광도 즐기기로 했는지 이후로 보루시아 팬들을 계속 마주쳤는데.. 그래, 그래서 새삼 유럽의 근거리를 부러워 했지ಥ_ಥ. 우린 축구보러 깜누 간 김에 ‘겸사겸사’ 여행도 하고 올 수 없으니까.
오, 1415시즌 유벤투스와 대결해 들어올린 그 베를린 결승전의 빅 이어.
그리고 아래는 같은 해 루쵸의 팀이 들어올린 다른 네 개의 트로피. 바로 지난 시즌의 트로피들은 따로 장식해뒀더군.
바르싸가 지난 백여년간 들어올린 이 수많은 트로피들 중에
(진열되어 있던 트로피들 중) 가장 오래된 리가 트로피를 특별히 하나 찍음. 기억이 맞다면 이 시즌은 바르셀로나가 까탈루냐 팀들만이 아닌 스페인 팀들과의 대결에서 처음이거나 두번째로 우승한 해일 것이다. 꾸레이니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똑같은 모습을 하고있는 리그컵(ㅋㅋㅋ)을 더더욱 새로운 감회로 한번 바라봐주고,
이 오랜 역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러, 내가 눈으로 확인하고 느껴온 역사로까지 닿는게 좋았다.
깜누 투어는 사실 꼭 바르싸 팬들이 아니어도 바르셀로나 도시에 오면 으레 포함되는 코스이고, 모든 관광지가 다 그렇고 세상만물이 다 그렇듯이 알면 알수록 더더욱 생각하는 바가 많아지는 법이 아닌가. 모든 전리품들을 하나하나 공들여 보고, 아래로,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 까탈란과 스패니쉬, 영어로 설명이 되어있기 때문에 잊고있던 것들을 되새길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맞아 그러고보니 또 생각났는데, 까탈란-까스떼야노-영어 순은 그렇다 치고 일본어가 달린 표지판이나 가이드북이 꽤 많더군. 하여튼 일본놈의 새끼들 존나게 안끼는데가 없어요 아주;;;;;;.
오, 드디어.
레오의 발롱도르와 골든부츠.
내가 하나만 집중적으로 찍어서 그렇지 레오가 수상한 다섯 개의 발롱도르와 세 개의 골든부츠가 나란히 있다. 전체샷은 내가 나와있기 때문에^_^ 뺐을 뿐. 아까부터 유리창에 내 폰이랑 나와 주변 사람들의 실루엣이 비치고있긴 하지만ㅋㅋㅋ 아 존나 방해돼 진짴ㅋㅋㅋ 그림자만 좀 덜 졌어도 조금은 더 예쁜 사진이 될텐데 저거 어떻게 안되냐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궁금해하는 사람들 있으려나. 사진은 전부 폰으로 찍은거고, 내 블로그 주소를 추가하고 리사이징, 모자이크 한 것 말고는 보정도 하지 않았다(가끔 색감이 짙거나 다른 것들은 어플 자체 보정). 여기는 어두워서 사진을 찍기에 그리 적절하진 않더라고. 물론 애초에 사진 찍으라고 만든 장소도 아니지만.
길을 따라 가면 닿는 감독님들 섹션
마침 근처에 사람이 없길래 동영상을 찍어보기로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