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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3-14

131111 리그13R 레알 베티스 vs 바르셀로나

by 로♥ 2013. 11. 12.


1314 프리메라리가 13라운드
Real Betis vs FC Barcelona



리오넬 메시가 내게 왜 이러는 것일까.
내가 대체 그에게 무슨 잘못을 얼마나 저질렀다고 이런 시련을 주는 걸까. 내 축구 인생 구할을 한결같이 리오넬 메시만 바라본 내게! 비록 무교에 무신론자지만 리오넬 메시라면 그 어떤 고귀한 존재들 보다 더 신처럼 떠받든 내게! 리오넬 메시의 일이라면 내 일마저도 열일을 다 제쳐두는 내게, 레오가 원한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수 있는 내게! 왜이래요T_T.. 항상 선수들의 대소사에 나는 그들의 심정을, 생각을, 선택을 먼저 존중하고 궁금해 했지만 어제는 조금…, 이성과 자기연민의 한계점에 마주선 기분이었다. 레오가 다시 부상으로 필드를 떠났다.



나는 심정적으로 그의 마음이 말이 아닐 것임을 알고있지만 그것보다 더 내 슬픔이 컸다. 레오가 부상으로 피치 위를 벗어나면 온갖가지 생각이 든다. 그가 행여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을지, 좌절하고 있진 않을지, 분에 겨워 마음을 못가누면 어떻게 할까 스스로 생각한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레오가 내 생각보다 마음이 약하지도, 여리지도 않고 상황을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을것을 짐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정말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데… 잔상이 남은 것이다. 부상의 아픔과 좌절에 눈물을 흘리던 소년 리오넬 메시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레오는 여전히, 손으로 얼굴을 뒤덮은 눈물을 애써 쓸어내리던 소년의 잔상에서 지워지지 않은 것이다.












경기 내내 애매함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최종스코어는 4대1.

하지만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시즌중에 몇번 없는, 내가 응당 ‘이 정도는 해야 된다’고 느끼는 그런 스코어였다.
그게 단순한 보상심리라 할지라도.

0-1 네이마르 선제골







2-0 눈 깜짝 할 사이에 뒤따르는 페드로 추가골


이 골은 과정도 좋고 골자체도 멋지게 들어가서 입을 떡 벌렸던 장면*.*






3-0







4-0


이 네 골로 깔끔히 스코어를 마무리 지었다면 좋았겠지만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심지어 인저리타임에 PK를 내주게 되어 결국 4대1. 4대0으로 경기가 끝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듯 했던 80여분. 베니토 비야마린을 채운 팬들이 자신의 선수들을 다시 열렬히 응원하기 시작하는데, 베티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그들의 팬들을 참 좋아한다. 저들은 언제나 자신의 선수들을 열렬하고 격렬히 사랑한다. 마지막 PK골을 성공시켰을때 중계 카메라에 잡힌 몇 명의 팬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라 리가를 보고있던 한, 언제나 그랬다. 나는 분명 바르싸가 한 경기에 4골을 실점해도 기어이 내 사랑하는 선수들을 위해 박수쳐줄 타입은 아니다. 당연한 일이라 더 설명하기 싫지만 나는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저 팬들을 위대하다고까지 생각하는 것 역시 아니지만-그저 팀을 응원하는 방식이 다를 뿐- 저들이 선수들을 위해 애정을 퍼붓는 방법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내가 이어폰을 뽑거나 귀를 틀어막고싶어질만큼(ㅋㅋㅋ).











경기가 아직 한창인데 터치라인 가까이 붙어선 레오



경기가 진행중인데 선발로 투입된 선수가 멀찍이 떨어져 전체적인 그림을 짜맞추고 있을 리는 없으니, 레오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짐작하는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뛰는데 아주 약간의 불편함만 느꼈을 뿐이거나 레오가 스스로 계속 진행해도 상관없겠다고 판단했다면 여간해선, 리오넬 메시를 벤치로 쫒아내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플레이가 조금 더 진행중인데도 여전히 터치라인 앞을 지키고 선 레오.

도움이라고는 요만큼 요~만큼도 안되는 주심이 경기를 끊어주지도 않아 한동안 그렇게 터치라인을 지키다








교체사인을 보자마자 나가는 모습.
사실 이걸 볼때까지만해도 보통의 햄스트링일줄 알고 한 두어 경기는 레오를 못보겠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보통의 햄스트링이라해도 레오가 저렇게 나가는 모습을 보는건 내게 충분히 얼이 빠질 일이지만 경기가 끝나고 업데이트된 레오의 새로운 소식은 정말 내 온정신을 쏙 빼놓았다. 레오의 이 허벅지 부상은 최소 6주 동안 그에게 강제휴가를 줄 것이다. 6주에 곧 다가올 윈터브레이크. 올해에는 더이상 레오가 피치 위에 있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물론 부상으로 나갔으니 그보다 더 일찍 보고싶은 마음도 없지만….












사람이 살면서 모순을 한번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내가 가장 큰 모순을 겪을때는 리오넬 메시를 대할 때인데 이 경기가 끝나고 그 모순의 최대치를 겪은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종래엔 마침 시험해볼 선수들도 많은데 메시가 좋은 타이밍에 부상을 당했다는 글까지 볼까봐 마음을 졸였다. 지금 레오의 부상과는 관계없이, 아주 예전부터 나는 팬들이 바르샤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옵션인 ‘리오넬 메시’를 왜 빼고 시험하고 싶어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고 이해하고 싶지도않은 문제에 다시 직면하면서 느끼는 씁쓸함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바르샤 필승법은 레오를 백프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특히 ‘내가’, 평생을 노골적으로 리오넬 메시의 편을 들어온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느 누군가는 다시 ‘개인팬’에 대해 지적하겠지. 이건 잔뜩 쌓인 엿같은 문제들 중에서도 가장 상관없고 한심스런 파트다. 이걸 걸고 넘어지니 그것도 존나 미칠 노릇이라니까
.






***
많은걸 축약해야 하지만… 열은 그만 내고,
그와중에 꼬박꼬박 팬서비스 중인 메윽씨이


내가 속터져 미쳐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겠지. 불필요한 문제까지 얹고싶지 않은데 그게 잘 안돼;;;; 회복기간 동안 레오가 계속 부상을 당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만큼 내가 가장 모르는 선수가 리오넬 메시일 것이다. 부디 그가 원하는대로 됐으면. 레오가 원하는 그 어떤 중차대한, 하지않더라도, 모든 것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