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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I/Albiceleste

141112 친선전 아르헨티나 vs 크로아티아

by 로♥ 2014. 11. 14.


2014 FIFA friendly match
Argentina vs Croatia



제 아무리 스스로의 감정일지라도 인간인 이상, 사람의 마음은 멋대로 단정해선 안된다는게 실감이 난다. 여태껏 수많은 감정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왔고 또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이라는 것은 없다는걸 사무치게 학습해왔지만 그것이 축구판에서까지도 영향을 끼칠 줄이야. 월드컵 이후 여러번 비슷한 말을 해왔지만 순순히 인정하긴 싫었는데, 필요한만큼만 솔직해져 보자. 나는 정말로 알비셀레스테에 새삼 반하고 거듭 애틋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오, 맙소사.




그들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조금 더 따뜻해졌고 개개인을 향한 친밀도가 월등히 높아졌으며 이는 승패에 대한 근본적인 갈망조차 차선으로 미루게 했다.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월드컵 준우승을 함께-그래, 누가 뭐래도 나는 그들의 위대한 여정에 함께 했다- 이루고 또 눈앞에서 좌절된 우승의 꿈에 함께 상실감을 느낀후 남은 감정은 유감스럽게도 애틋함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엿같은 친선전이고 여전히 꼴보기 싫은 A매치 경기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매경기 나를 빡치게 하던 이들이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마침내 내가 이들의 경기를 본 후 기분전환이 되었다는 사실을 도출해냈을때 스스로 느낀 그 격세지감이란! A-매치데이는 여전히 싫고 알비셀레스테가 패했다면 여전히 기분을 잡쳤을 것이며 레오가 또다시 풀타임 출전해 나를 속상하게 했지만, 이 모든 감정의 이면에서 애틋함을 느낀다. 정말 별스럽고 지랄맞은 일이 아닐 수 없게도.












1-1 크리스티안 안살디 동점골





크로아티아에 선제골을 내줬을 때만 해도 알비셀레스테가 또 이렇게 지는구나 했는데, 동점골이 들어가서 좋아하려는 찰나에, 쿤?? 글쎄, 득점자를 안살디로 표기한거 보면 앞에 쿤이 없었더라도 득점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리플레이 보니 너무나도 명백히 아게로 팔꿈치를 맞고 들어갔고, 사실 팬들 눈에는 앞에 저 선수가 있든없든 득점이 될 거라고 인정하는 이는 없어요. 내 팀이 질 위기에 처하면 그냥 저 앞에서 팔꿈치 든 놈이 죽일놈이지. 덕분에 크로아티아는 억울함을 +1 적립합니다.






이미 적립된 억울함+1에 울분+1
레오→ 아게로로 이어지는 플레이 도중 패널티킥 판정을 내어준 크로아티아


아게로.. 또 너냐.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ㅋㅋㅋ). 물론 PK판정 자체엔 전혀 문제없고.






1-2 리오넬 메시 PK 역전골







알비셀레스테가 이겨서 좋은걸 보니 참 인생은 아이러니함의 연속이라는게 실감이 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겨서 좋은건 당연하지만 사실 나는 월드컵 이전, 그러니까 1314시즌 동안 축구에 대한 약간의 권태기에 내내 시달리고 있었다. 덕질을 하려면 인터넷을 끊고 산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심지어 나는 이렇게 블로그까지 하고있지 않은가. 거기에 텀블러 블로그도 하나 가지고 있지. 그 사이클 속에서 승패에 연연하기에도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매경기 끊이지 않는 팬들의 의미없는 논쟁과 뭣모르고 나대는 안티 팬들의 멍청한 조롱을 견뎌내는게 너무나도 진절머리 났다.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의 화룡정점은 단연 바르싸의 무관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맞는 2014 월드컵은 내 축빠질의 또 새로운 시작이거나 끝일 것임은 당연했는데, 내가 아마 라로하의 우승을 바랐다면 내 축빠질은 거기에서 끝이었을 거다(ㅋㅋㅋ). 하지만 나는 언제나 리오넬 메시의 편이었고, 레오는 내가 자신의 영역 밖으로 나가는걸 손놓고 보고있지 않았지.






















































여태 국제대회 내내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던 아르헨티나가(ㅋㅋㅋㅋ) 이번 월드컵에서는 마치 무엇에 홀린듯이 결승전 무대를 밟은 것은 어쩌면 정말로 신의 한 수 였는지도 모른다. 레오와 함께 바르싸에 입문하면서 나는 그 오랜시간, 단 한번도 아르헨티나의 가능성이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적 없었는데-그저 레오가 우승하길 원하니까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 물론 근본적으로는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아무리 저 선수들이 좋아도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고.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결국 이들의 무브먼트를 보고 내가 축구판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됐으니까.






아르헨티나의 승리는 그래서 차선인지도 모르고, 그렇다고해서 이 팀의 승패나 행보가 바르싸보다 중요할리는 없을 뿐더러-물론 아르헨티나는 져도 된다는 뜻이 포함된것은 더더욱 아님- 이들 덕분에 이들이 아닌, 내 모든 감정을 함께한 바르싸를 더더욱 소중히 생각하게 됐지만(ㅋㅋㅋ) 잊고있던 것을 생각나게 해준 것에, 축구를 보는 원초적인 재미를 찾아준 것에 고맙다. 물론 그 시작과 전환점이었고 끝일 리오넬 메시에게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