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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I/Albiceleste

140702 월드컵 본선 16강 아르헨티나 vs 스위스

by 로♥ 2014. 7. 4.


2014 피파 브라질 월드컵 16강
Argentina vs Switzerland



‘벌써’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월드컵 본선, 아르헨티나와 스위스의 16강전. 이전 포스트에서 그룹 예선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수없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 미지의 반전과 재미가 함께하는 조별예선전이 끝나가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는데, 시간은 피치 위를 구르는 브라주카만큼이나 빨리 흘러 어느새 8강전을 앞두고 있다. 여덟 개 국가만 남기고 모두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이 시점에 가장 아까운 것은 뭐니뭐니 해도 아주리의 탈락이로고. 물론 칠레와 멕시코의 이른 탈락도 나를 몹시 슬프게 했다. 다만 이들을 한데 묶자니 남미의 두 팀에 미안하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취향의 잘생긴 남성이 즐비한 아주리의 탈락은 다시 저 얼굴들을 볼 수 없음에 슬펐고(ㅋㅋㅋ), 너무나도 재밌는 플레이를 보인 칠레와 멕시코의 탈락은 섭섭하면서도 ‘월드컵’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두 팀을 본것에 기뻤다. 월드컵은 죽기 전까지 4년을 주기로 영원히 돌아오겠지만 세계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꿈의 무대에 어울리는 팀을 보는 행운은 좀처럼 잡기 힘드니까.




이 알비셀레스테도 그런 팀이길 바라지만, 갈 길이 멀다. 그러고보니 때가 때인지라 요즘 하드캐리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조금 황당할 것 같다’는, 리오넬 메시 안티 기질이 기저에 깔린 글들을 종종 보는데 예의 문장은 반발심이 들면서도 동의하게 되어 기분이 나쁘고 묘하다. 반발심이 드는 이유는 결국 ‘우승팀에 어울리는 경기력’이란 절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고, 그러면서도 동의하게 되는것은 아르헨티나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방식의 축구를 하는 팀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젠가 얘기했듯 아르헨티나는 남미식 축구를 하지않-으면서 못하-는 남미 최강의 팀(브라질은 개최국이라 지역예선에 빠졌기때문에 최근 기록으로^.^)인데, 끊임없는 압박과 탈압박 미친듯한 무브먼트와 스피드로 움직이는 알비셀레스테는 어떨까. 이건 참 상상만으로도 즐겁구나. 그러고보니 칠레 감독님이 아르헨티나 분이었지, 비엘사도. 아르헨티나 출신의 좋은 감독이 그렇게 많고도 많고도 많은데 지금 감독은 왜.












4 연장전 하프타임
정규시간 90분동안 결국 0대0. 16강 경기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고 정말 살떨리게 치열했던 경기라면 단연 브라질과 칠레의 경기였는데, 이 경기에선 결국 승부차기까지 진행되었고 그 경기를 보며 덩달아 긴장돼 미칠뻔했던 기억이 절로 떠올라 부디 연장전까지는 보고싶지 않았지만 아르헨티나도 결국은 연장전을 맞게 되었다. 체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심적부담을 고려하더라도 기분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마치 건반을 치듯 살포시 내려오는 손가락이 귀여워서


비글리아와 끊임없이 나누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지 궁금해서


아이스박스 위에 앉아있는게 미치게 씹덕터져서


우리 메시 체력이 걱정되는 와중에도 꿈의 직업을 발견한것 같아서
정작 경기에 대한 부분보다 이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팬이라서, 메시, 미안하다---!!






사실 레오가 다리 근육을 풀고있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든건

몸을 숙이고 한참을 숨 고르는 메시 곁에 다가오는 마스체라노


곁에서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물론 연장전에 대한 작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전술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상념에 빠지게 한 장면. 물론 바르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볼 때는 유독, 유독 절박하게 메시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그 어떤 선수라도 좋으니까 영웅이 되길, 누구라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길 바라게 된다. 꼭 리오넬 메시가 한 게임 한 게임을 결정짓는 영웅일 필요는 없지.


레오가 저러고 있을땐 체력적으로도 걱정이 되지만 심적으로도 피로와 부담이 쌓여가는듯해 진지하게 걱정하게 되는데-물론 그럴 필요가 없다는건 알고있다. 그럼에도 걱정을 놓을 수 없는건 그냥, 메시가 너무 좋으니까- 그러면서도 참 재밌는게 결국 이 부담을 집중력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리오넬 메시라는 점이다. 내가 누누히 말하지 않던가. 리오넬 메시는,






타고 나길 천생 주인공 타입이라고.
1-0 앙헬 디 마리아 결승골






110분동안 짐짝 이하였던 디마리아가 가장 잘한게 이거, 메시가 뿌려준 그 숱하게 많은 찬스중 가장 중요한 하나만은 살렸다는 것(이 시점에서 이과인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이번 월드컵 최대의 난제가 나온 것 같다. 이과인의 폼이 먼저 올라올 것인가, 월드컵이 끝날 것인가!). 정말 정말이지 승부차기는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골이 들어가자 진심어린 환호성을 내질렀다, 눈물도 찔끔 나오고. 주심이 간절히 종료휘슬을 불길 바라며 하염없이 호루라기만 쳐다보고 있었을 정도였으니.






물론 나 못지않게 간절했을 사람이 또 있는데 

스위스의 마지막 프리킥 찬스, 경기 종료 1분을 앞둔 벤치의 라베찌.
이겨서 다행이죠? 축하해요 알비셀레스테ಥ_ಥ











5 그리고 이 고난과 역경의 경기를 함께한


안토넬라와 티아고.






물론 안토넬라와 티아고는 아르헨티나 사람이니까 보고 응원하는건
내가 이 팀을 응원하는 것보다 더 당연한 일이지만

나중에 찍힌 사진엔 안토넬라가 눈물을 훔치고 있던데(ㅋㅋㅋㅋ) 얼마나 간절히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길 바랐을까 싶어서 귀엽기도 하고 올라가서 저 아르헨티노들에겐 무엇보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단지 리오넬 메시의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메시의 나라가 우승하길 바라는 마음만큼이나, 나고자란 나라가 우승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건 당연하겠지. 그런 점에서는, 실질적으로 우승을 노려볼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도 부럽긴 하다.







어쨌거나 오늘도 여전히 귀여운 티아고와






오늘도 여전히 예쁜 안토넬라와






6 네 경기 연속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리오넬 메시

월드컵 무대에서 네 경기 연속 MOM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메시지만, 메시니까, 메시라고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건 그만큼 레오가 의지를 불태우고 집중하고 노력한다는 증거를 형태로 보여주는것뿐 다른 역할은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모든 일들이 너무 기쁘고, 벌써부터 8강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물론 8강 경기가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미 평정심을 잃고 말겠지만(ㅋㅋㅋ), 바모스, 바모스 아르헨티나!






7 두근두근 라커룸.instagram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는건 알겟지만 그래도 우리 메씨 살이 너무 많이 빠지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ಥ_ಥ






8 Vamos,Vamos, Argentina!


아르헨티나가 이겨나가는게 우리나라의 일도 아니고 내 개인의 영광이 되지도 않지만, 레오가 그러길 바라니 진심으로 이 팀이 우승하면 좋겠다. 많은걸 생각할 필요도없이 좋아하는 선수가 최고의 순간을 만드는 모습을 함께 한다는건 축구팬으로서, 내게도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겠지. 나는 레오와 이미 많은 순간을 함께 했다. 레오가 기뻐하는 모습은 수도 없이 봐왔지만 월드컵을 든다는건 우리 모두에게 전혀 새로운 일이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얼마나 오래 염원해왔던가. 그의 꿈이 나의 꿈이고 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될만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바라왔으니, 이제 부디 그가 그의 팀이 좋은 순간을 맞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