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SSI

210811 Leo Messi signs for Paris Saint-Germain

by 로♥ 2021. 8. 13.

 

 

 

「파리 생제르맹은 2년 계약(~2023년)에 1년의 연장 옵션이 포함된, 리오넬 메시의 영입을 발표했다.」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4 발롱도르 시상식(150113)에 참석한 레오는, 그 해에는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했지만 (레오는 이 시점에 이미 네 개의 발롱도르를 가졌기 때문에) 수상보다 가치 있는 질문을 얻는다. 리오넬 메시가 그의 아이돌로 꼽아온 파블로 아이마르로부터,

 

 

 

 

 

Aimar. “Are you still as excited about playing the game and having fun as you were when you were a little boy?

big hug and all the best.”

 

 

공을 차기 시작한 그 소년 시절처럼 여전히 축구를 즐기고 있느냐는 물음. 두 번째 gif는 레오가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지은 표정을 담은 것이다. 아이마르를 영상으로 만난 게 반가웠을 것이고,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에 그는 시원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나는 이 순간을 여전히 좋아한다. 레오가 아이마르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이 순간.

 

 

 

다음 해 그는 어김없이 2015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석하는데(160111)

 

 

Messi. "It’s incredible this is my fifth. It’s much more than anything I've dreamed of as a kid. I want to thank everyone who voted for me and I want to hank my team-mates. And lastly, I want to thank football in general for everything it has brought me. Both the bad and the good. Because it has made me learn and grow."

 

 

다섯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그는 이러한 소감을 남긴다. 좋고 나쁜 모든 것들이 자신을 배우고 성장하게 하기 때문에, “축구가 나에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당시에도 같은 말을 했지만 나는 레오의 이 수상소감에 여전히 감사하며 영원한 축복을 빈다. 리오넬 메시의 이 축구 예찬은 내가 그와 함께 보내온 모든 시간과 모든 감정, 덕질에 과몰입하며 쏟아부은 눈물과 분노와 환희가 뒤섞인 모든 순간들과 정제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레오는 여전히 축구가 즐겁고, 우리가 모인 그 근원에 감사한다. 2021년의 리오넬 메시 역시 그럴 것이다. 내가 여전히 그를 사랑하듯이.

 

 

 

 

 

 

‘리오넬 메시는 FC바르셀로나 선수다’ 라는 건 세계의 모두에게 그 자체로 참인 하나의 명제였는데 이제는 거짓이 되었고, 나는 또한번 불변의 진리를 깨닫는다. 영원한 건 없다. 한편으로는 그 무엇보다 진심을 다해 사랑한 내 클럽을 보며 나는 인생의 작은 위로를 얻었다. 적어도,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어떤 병신짓을 하든 얼떨결에 리오넬 메시를 놓친 바르싸만큼의 병신짓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라 마시아에서 키운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현대축구의 아이콘을 놓친 바르싸도 있는데 이보다 더 멍청한 짓을 과연 어느 누가 저지를 수 있을까. 팬데믹, 샐러리캡, 운영방식의 오류 같은건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명일 뿐이다. 바르싸는 가장 소중한걸 보지 못했고, 간절하지 않았으며, 여전히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잃었는지 모른다.

 

 

며칠 동안 극히 부정적으로 날뛰는 감정에 거의 지배당했다가 이제는 슬픔과 청승의 어디에 이르렀는지, 내가 레오와 (일방적으로) 함께 보낸 시간 동안 좋았던 순간들을 돌아봤다. 레오를 보고 떠올리는 매 순간이 좋기만 했으니 크게 도움은 안되더군. 다음에는 레오가 나를 떠난게 아니라고, 나 역시 결코 메시 곁을 떠날 수 없고 앞으로도 그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얻었다가 이번에는 레오가 존중과 성의를 보일 그의 팀, 구단, 팬들을 향한 애정이 이제는 내 팀, 우리집, 바르싸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기분이 가라앉았다. 레오가 뛰는 경기를 안볼 것도 아니면서, 내게서 멀어진 그 거리감이 슬프다. 나는 내 정체성을 잃었다.

 

 

 

 

 

 

(내가 유일하게 확인하는) 바르싸 트위터 계정이 안그래도 개빡쳐 죽겠는데 이적 확정기사가 뜨기 직전까지, 며칠 내내 메시를 보내는 인사 같은 글들을 올려대서 아니 레오가 원해서 이적하는 것도 아니고 지들이 병신짓 하다가 놓친 주제에 그와중에 이런걸 쳐올릴 정신이 있나보다고 진심 어린 저주를 퍼부었는데, 구단의 이별 방식이 여전히 혐오스럽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나 받아들이긴 뭘 받아들여 바르싸 개씹병신들 다 죽었으면 좋겠다. 바르싸는 리빙 레전드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레오가 들어올린 저 수많은 트로피들을 진열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해봐 미친아.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영광의 시대에 정중히 작별인사나 해라 시발

 

정말이지.. 가능한 온 힘을 다해 이 현실을 부정했는데 PSG 계정이 커밍순 이라며 올린 티저 영상에 여섯 개의 발롱도르가 지나가서 그제야 나는 체념했다. 또한 현실을 ‘이해했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래, 리오넬 메시는 20년을 함께한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로 갔다.

 

 

 

 

 

 

레오를 떠올렸을때 환희에 차는 그 순간들 말인데, 사실은 한가지를 굳이 꼽을 수 있다. 거의 드문 경우이기는 했지만 레오가 부상에서 복귀하거나 휴식 후 돌아올 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만 볼수있는 특별한 일들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교체 타이밍은 다가오고 리오넬 메시가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다. 중계 카메라가 그 모습을 미처 잡기도 전에 경기장에 모인 축구팬들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일제히 축구의 제왕이 몸 푸는 모습을 지켜본다. 레오가 웜업을 시작하면 구장 전체가 어수선해지기 때문에, 피치 위 22명의 선수들 또한 그 분위기를 읽을 것이다. 그가 블라우그라나를 입고 드디어 하프라인에 서면 시끄러운 축구장에 확신에 찬 기대감이 번진다. 바르싸가 불패 카드를 꺼내 드는 그 순간이, 내가 못내 사랑하는 순간이다. 이제는 내가 가진 카드가 아닌.

 

 

 

 

 

 

 

Lionel Messi. “On a day like today, I'd like to say thanks to football, the sport I fell in love when I was a kid and I'm still blindly in love with it. Thanks to football for the days of happiness, excitement, goals and victories. But also thanks for those other evenings of suffering, frustrations and defeats, all of that has helped me to value the good moments even more.

Thanks to football and to all the people around me, who support me every single day: my family, friends, teammates and fans... Achieving these individual awards just wouldn't be possible without all this collective work. That's why I want to dedicate this award, to every one of them, from the first to the last. And also to this wonderful sport called football.”

 

 

역시 다섯번째 발롱도르 수상 후에 레오가 개인적으로 남겼던 인사로 글을 마무리 하자.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이 스포츠, 축구가 주는 모든 행복과 열정, 목표와 승리 그리고 고통과 좌절, 패배에서 오는 매 순간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나를 이루는 그 모든 감정들, 사람들과, 축구라는 멋진 스포츠에 이 트로피를 바칩니다.”

 

우리가 모인 뿌리에 자부심을 내리는 이 최고의 축구선수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레오가 뛰는 그 모든 경기들을 함께할 것이고 레오가 원하는 모든 게임에서 승리하고 가능한 모든 트로피를 들어 올리길 기꺼이 바라고 응원할 생각이다. 레오가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고, 이제는 어디서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가 살아가는 동안 행복이 끊이지 않기를,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에도 행운이 깃들고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동시에 이 블로그는 이제 정말로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이 글을 쓰게 한 이유다. 축구가 형상화된, 시대의 우상의 새로운 길에 충만한 애정을 보내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리오넬 메시의 앞길에 쾌적한 바람이 불어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