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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8-19

190502 챔스4강 1차전 FC바르셀로나 vs 리버풀FC

by 로♥ 2019. 5. 4.


1819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FC Barcelona vs Liverpool FC





준결승 1차전을 앞두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위르겐 클롭 감독은 “깜누는 그저 경기장일 뿐이다. 물론 꽤 크기는 하지, 그렇다고 축구의 신전은 아니다 (but it is no temple of football)” 라고 인터뷰 했는데, 나는 그의 표현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의 말대로 깜누는 규모가 굉장히 큰 경기장이면서 내가 언제나 그리워하는 (심정적) 집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원정 온 상대팀 구단이 깜누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크게 궁금해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원정팀의 무덤이니 철의 요새이니 하는 식상하지만 뿌듯한 별명이 있기는 한데, 그런 수식어 한번을 안붙여본 구장이 어디 있겠는가. 때문에, 보고도 못보고 있던 깜누에 대해 클롭은 내게 새로운 단어를 주었다. 분명 아니라고 부정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신전이라니.


 


그 신전에서(ㅋㅋㅋ) 먼저 치러진 이 4강 1차전에 대해 되풀이 하고싶은 말이 있다. 나는 언젠가 리오넬 메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먼 혹은 얼마나 가까운 미래일지는 모르겠지만 레오가 지금과 같은 폼을 유지하기 힘든 때는 반드시 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메시를 향한 믿음이 너무나도 견고한 탓에 슬프게도, 절대로 객관적 판단을 하지못할 것」이라고, 돌이켜보면 이것은 레오를 향한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하나의 전조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생각했다. 나는 영원히 리오넬 메시의 후광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1-0 루이스 수아레즈




알바와 수아레즈 환상의 호흡.





2-0 리오넬 메시 추가골




뜻밖의 순간에 터진 추가골. 수아레즈가 찬 공이 또 저 빌어먹을 골대맞고 나오길래 악 소리를 미처 다 지르기도 전에, 마치 이 상황을 기다린듯이 레오가 ‘있어야 할 자리’에 서있길래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이장면 또한 레오의 집중력을 칭찬하고 싶은 하나의 시퀀스다. 리바운드가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알지만 그렇다고해서 누구나 리바운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레오는 그 누구Anyone가 아니라 Only one이다.





‘어쩌면 레오는 그 순간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요행은 기대할 수 없으니, 결국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 뿐이라고.

그 하나, #600. 3-0 리오넬 메시




클롭의 헛웃음이 모든걸 말해주는 순간.
경기가 끝나자 클롭은 레오의 이 프리킥 골은 절대로 막을 수 없는 골이었으며,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자신의 팀이 이 이상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감상을 남겼다. 물론 그의 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리버풀은 자신들의 리그에서 확정이 아니라 여전히 우승경쟁 중이라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잘하더군. 나는 경기 내내 굉장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는데 그 스트레스의 무게만큼, 정말이지 부정의 여지없이 재밌는 게임이었다 (물론 전반전이 특히 그랬다). 반다이크 또한 경기가 끝나자 레오에 대한 감상을 잊지않고 남겨두었는데,


Van Dijk: "I'm grateful that I don't have to face Messi every season"




매시즌 메시를 보는 것은 아니라 감사한 반다이크(ㅋㅋㅋ).
서두로 돌아가보자. 클롭이 깜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내게 굉장한 감흥으로 남았다. 클롭 또한 한명의 축구팬으로서 리오넬 메시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이고, 그의 홈구장을 방문하는 것은 기쁨과 걱정이 공존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상대팀 감독으로 오게되었으니 온갖가지 감상이 스쳤겠지. 그는 깜누 역시도 여느 상대팀 구장과 다를바 없는 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기저에 각인된 한 선수의 존재를 결코 무시하지 못했다. 내가 신전이라는 표현에 이토록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그때문이다. 결국 클롭의 무의식이 준 단어가, 강한 부정으로 긍정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재밌는 경기였다. 물론 우리팀이 이겼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점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음은 바르싸가 안필드로 떠날 차례고, 그때에는 마냥 웃기만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고(ㅋㅋㅋ) 1차전의 승리와,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바르싸는 조금 더 여유가 있다. 물론 그러겠지만, 부디 내 사랑하는 선수들이 스스로 가진 강점과 이점을 잊지않길 바란다. 멈추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