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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I/Albiceleste

180701 러시아 월드컵 16강 프랑스 vs 아르헨티나

by 로♥ 2018. 7. 2.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France vs Argentina





오랑시에 페스트가 선언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시점에, 의사 리유가 정체불명의 남자 타루와 나누던 대화 속에는 가슴아픈 구절이 있다. 전염병이 퍼지자 시는 폐쇄되고 물자는 턱없이 줄어가며 백신은 특히 부족하다. 여의치않는 환경 속에서도 백신을 환자들에게 투여해보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않았으나 딱 한 명, 페스트 환자 중의 딱 한명만이 차도를 보여 의사는 희망을 보는데, 이에 타루가 그것은 일시적인 승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자 의사 리유는 말한다.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 멈추어야 할 이유는 못됩니다. 타루가 말을 받는다. 물론 이유는 못되겠지요. 그러나 그렇다면 이 페스트가 선생님에게는 어떠한 존재일지 상상이 갑니다. “알아요.” 리유가 말했다. “끝없는 패배죠.”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에 대해 이야기하며 과거에 악명을 떨친 흑사병을 빗대어 정말 미안하지만(ㅋㅋㅋ), 조금의 변명을 해보자면 정확히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속 주인공 의사, 리유를 자연스레 떠올렸을 뿐이다. 그는 성실하기 짝이없는 태도로 페스트를 대했으나 그것에 퍽 휘둘리지 않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초창기에 이를 끝없는 패배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미련하게 새롭고, 작은 승리를 찾아가지. 열렬히 응원하던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끝나자 나는 후련했으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에게 월드컵이 주는 것은 그저 끝없는 패배일 뿐이구나.

그러나 나는 절대로 내 감상과 리오넬 메시의 감상을 동일시 하지 않는다.



킥오프 휘슬이 불리기 전,
카잔 아레나에 아르헨티나 국가가 울리자 카메라는 리오넬 메시를 잡는다.



경기 내내, 리오넬 메시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가장 궁금했던 순간이다.
그는 무어라 단언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아르헨티나 팬들을 바라보고 있다.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아르헨티노들은 유난히 신난 모습이었고(ㅋㅋㅋ) 교차되어 잡히는 캡틴 아르헨티나의 표정은 대조적이다. 나는 리오넬 메시의 감정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지레짐작하고 싶지 않지만 이 순간만은 정말로 레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이윽고 시작된 경기는 꽤 스펙타클했고, 결국에 내 친구들이 탈락하고 말았기에 재미있는 경기였다고는 결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종료휘슬이 불리자 나는 정말이지 일말의 미련도 남지않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라 알비셀레스테는 여기까지이고, 그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음 토너먼트 진출에 대한 희망을 안고 악착같이 뛰었다. 나 역시도 그 희망을 정말 미련하리만치 끈질기게 놓치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결국 8강 진출에 실패했고, 미련은 없다.





그와중에, 프랑스가 프리킥을 준비하는 동안 옆에 멀뚱히 서있던 레오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인사를 건내는 마튀이디가 웃기고 귀여워서 따놓은 경기 중 유일한 장면. 축구선수들 저 치열한 와중에 깨알같이 친목 다지는거 보고 있으면 항상 웃기고 신기하다. 그럴 여유가 없을 것 같은데 다들 엄청 프로패셔널하고 또 한없이 프랜들리해(ㅋㅋㅋ).





1-1 앙헬 디 마리아 동점골




이른 시간에 어김없이(....) 패널티킥 골을 내어준 아르헨티나가 디마리아의 이 환상적인 골로 따라잡는다. 그리고 전반전은 1대1 스코어로 종료되지. PK골이 들어갔을땐 세상이 무너지는듯 했으나 전반 막바지에 다시금 내 세계가 희망으로 재조립되었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지.





1-2 그야말로 리오넬 메시의 행운이 깃든 메르카도 역전골




정말로 발만 슬쩍 갖다댔을 뿐인데 들어간 행운의 골(!)이라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던지!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올라갈 거라 믿어의심치 않았으나 불행히도 그 막연한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쩐지 골이 착착 들어가더라니(울적). 프랑스야말로 착착 차넣은 덕에 벌써 두 골이나 앞서갔고 아르헨티나는 정규시간이 끝날때까지도 만회하지 못한다.





그러나
4-3 세르지오 아게로 추가골



유니폼을 리폼하고 들어온 아게로의 추가골로 스코어차를 줄이는데는 성공한다. 그야말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 악물고 뛴 덕분에 들어간 골이라 크게 기쁘더군. 이와중에도 나는 2분이 남았으니 아르헨티나가 혹시 한골을 더 추가할지도 모른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런 행복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르헨티나는 이것으로 러시아 월드컵을 마무리 한다. 쿤의 이 골은 내 마지막 남은 미련을 완전히 털어버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알비셀레스테가 멘탈이 날아가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는 것 자체로 내게 위안이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이 패배에 대한 위안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것에 대한 미련을 없애기에는 충분했고, 나는 후련히 생각했다. 끝났구나, 정말 고생했다 아르헨티나.











다음날, 나를 다시 울린 리오넬 메시의 이 표정




















좋은 순간도 있었으니 미련은 없고,



레오 역시도 나름의 방식으로 월드컵을 마무리 한다.
오 그러고보니 국내 해설은 정말 놀랍도록 무례하더군. 아르헨티나가 그렇게까지 작고 나이든 퇴물팀이라 조기탈락해 돌아가는게 아주 당연할 줄은 미처 몰랐네. 축구가 이미 타고난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뻔한 스포츠라면 이렇게 열광할 이유는 무엇이며 월드컵이 이토록이나 특별한 의미는 뭐란 말인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정말 듣고있기 서글플 지경이더군. 그래도 아르헨티나는 열심히 했다. 왜 아니겠는가. 이 선수들 또한 여느 선수들처럼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목표만을 꿈꾸며 이 곳에 도달했는데.





















탈락이 확실시되자 아니나 다를까 이번 해야말로 리오넬 메시가 은퇴하지 않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많던데 은퇴를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도, 하지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이해되서 뭐라 한마디씩 거들기가 어렵다. 사실 나는 레오가 은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가 알비셀레스테에서 여전히 행복함을 느낀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그를 볼 수 있길 바란다. 레오에게는 미안하지만 단지 레오가 월드컵 챔피언이 되는걸 보고싶다는 막연한 꿈이전에, 레오가 짐을 싸자마자 월드컵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사라졌기에 -실제로 이 포스트를 쓰는동안 스페인과 러시아 경기를 봤지만 레오가 토너먼트에 속해있을 때만큼 그 결과가 궁금하지 않았다- 축구팬으로서 메시가 없는 월드컵을 본다는 걸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하지만 물론, 레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있다. 내 바람은 항상 리오넬 메시의 선택 다음이거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정말로(ㅋㅋㅋ)!
마스체라노는 알비셀레스테의 성적이 어떠하든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은퇴선언 할 줄 알았기에 놀라울 것은 없으나, 본인의 은퇴와 더불어 이번 월드컵 결과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메시 또한 알비셀레스테 유니폼을 벗고싶어 할까봐, 그는 아주 조심히 고른 단어로 인터뷰 했다. 레오도 오랜 친구의 마음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감히 월드컵 좀 못들면 어때 라거나 언젠가는 들거야 힘내자하는 순진하고 멍청한 소리는 못하겠다. 앞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카뮈에 의하면 선의 또한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고(ㅋㅋㅋ) 나는 이에 동의한다. 내 일방적인 애정의 방식이 그토록이나 사랑하는 리오넬 메시를 숨막히게 할 수도 있지. 레오는 지금 그저 가족들이 필요하고, 아주 조용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리오넬 메시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