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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A/17-18

171223 리그17R 레알 마드리드 vs FC바르셀로나

by 로♥ 2017. 12. 25.


1718 프리메라리가 17라운드
Real Madrid vs FC Barcelona





한 분야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능력에 도달한 선수들에게서는 하나같이 느껴지는 어떤 아우라가 있다. 나는 항상 리오넬 메시를 마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표현하지만(ㅋㅋㅋ), 믿을 수 없게도 나는 리오넬 메시와 그에게 갖는 내 감정의 모순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내가 정말이지 미치도록 사랑하는 이 조용하고 천진한 선수에게는, 확신에 차있는 사람 특유의 담력이 있다.


 


경기를 보는 동안 분명 흥미롭고, 아찔하고 가슴 철렁하거나 때때로 기쁘고 또는 분노하거나 초조함에 손가락을 깨물 때도 있었으나 경기가 끝나자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리오넬 메시다. 그는 성난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그 온갖가지 감정들을 잠재우고 그 위에 깔끔히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어김없이.










전반 초반의 마드리드는 꽤 기세가 대단했고 실제로 전반전은 양팀 무득점으로 마무리 된다. 아무리 욕을 퍼붓고 등한시해도(ㅋㅋㅋ) 엘 클라시코가 주는 압박감은 일개 팬인 나에게도 마찬가지인지라 -무엇보다 팬들이 나서서 엘 클라시코의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 요즘처럼 쇼비지니스로 많은것이 결정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걱정은 되더군. 더욱이 전반전은 중계상태가 개똥망이라 경기외적으로도 존나게 스트레스가 쌓여있었다고.


하프타임동안 여러모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맞이한 후반전,
0-1 루이스 수아레즈 선제골




루이스 수아레즈가 시원하게 선제골을 기록한다.





그러나 그 수아레즈 또한 62분,
통곡의 골대(....)를 맞추고 문전은 일순 소란스러워지지.





그런 타이밍에 등장한 지나치게 노골적인 블로킹(ㅋㅋㅋ)
카르바할은 이 핸드볼 파울로 퇴장 당하고, 바르싸는 패널티킥을 얻는다.





0-2 리오넬 메시 PK골




바르싸의 슈퍼에이스는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온 마음을 담아, 깊은 키스로 함께 원정 온 팬들을 지휘한다.
나는 레오의 이 골셀러브레이션을 보고 다시금 리오넬 메시의 담력과 그 적재적소 쇼맨쉽에 감탄했다. 레오는 중요한 게임에서, 어떻게하면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지 안다. 언제나. 정말이지 별것도 아닌, 아주 간단한 이 재스쳐 하나로 그는 평범하디 평범한 PK골을 넣고도 이 게임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나. 레오가 팔을 넓게 벌린 이 순간이, 지상 최대의 매치에서도 가장 뜨거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긍정과 -우리 홈이 아닌 탓에- 부정적인 감정에서 모두.





내가 리오넬 메시 편에 있어서 다행이야, 아니었으면 진짜 게거품 물었을걸. 레오가 팔을 벌리는 순간 -꾸레들을 제외하고- 일제히 올라오는 중지만 봐도 이 효율적인 셀러브레이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와닿는다고(ㅋㅋㅋ).





0-3 알레이스 비달 될놈될 골




아, 경기 재밌었다. 히히.
























오, 메시, 리오넬 메시!
참 별스러울 것 없는 골셀러브레이션인데도 어쩌면 그토록이나 특별한 순간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경기를 보는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그 온갖가지 감정과 밀려드는 바르싸뽕과(ㅋㅋㅋ) 리오넬 메시를 향한 자랑스러움과, 사실상 승리의 방향이 결정되었다는 카타르시스가 다시 떠오른다. 전반전 동안 느꼈던 중계를 향한 모든 짜증과 승패에 대한 걱정, 반드시 이기고 싶은 갈망같은 것들이 모두 지워지고 머릿속에 리오넬 메시만이 남더군.





바람대로, 바르싸는 내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