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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SI/Albiceleste

160627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 아르헨티나 vs 칠레 +#NoTeVayasLio

by 로♥ 2016. 7. 1.

 

 

Copa America Centenario 2016 Final 

Argentina vs Chile

 

 

 

 

경기가 끝나자 리오넬 메시는 말했다.

 

“I've tried too many times.

It hurts me more than anyone else to not be a champion with Argentina, but it hasn't happened.

Unfortunately I leave without being able to achieve it.”

 

많은 시도를 했지만 아르헨티나와 함께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저를 슬프게 합니다.

내 국가대표 커리어는 끝났습니다. 결정을 내렸어요.

 

 

 

 

 

리오넬 메시의 은퇴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다. 그저 막연히, 레오가 지금보다 한참은 더 나이 들었을때, 꾸레들과 함께 클럽에서 다시한번 최고의 마무리를 한 후 맞이한 여름에 드디어 월드컵을 손에 들고, 온 축구팬들과 함께 ‘결국엔 리오넬 메시의 꿈이 이루어졌노라’ 하는 환호와 흩날리는 꽃가루, 내리쬐는 태양과 리오넬 메시의 영원한 영광 아래 왕의 은퇴식이 거행되지 않을까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림은 있었으나, 레오는 생각 가능한 그 모든 예상을 뒤엎고 담담히, 조금은 물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내 커리어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3 리오넬 메시

Ⅰ-1 프리킥

 

 

 

 

 

Ⅰ-2

 

 

 

 

 

Ⅰ-3

 

 

 

 

 

Ⅰ-4 경기 중 가장 큰 괴성을 지르게 만든 씬

 

 

오, 이 기가막힌 찬스를 놓친 것은 아깝디 아까워 미칠 노릇이지만

브라보가 평소에는 내 팀 선수라 다행이야ಥ_ಥ

 

 

 

 

 

 

 

다시 말하지만 알비셀레스테는 지난 여름에도 코파 아메리카 2015의 결승전에서 칠레와 만나 90분 동안 결과를 내지못해 결국 연장전까지 결승전을 이끌어갔다. 그리고 그 ‘끈질긴 경기’는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알비셀레스테의 우승을 의심했느냐 하면 물론 그럴리가 없지. 나는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조금도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Ⅴ 다시 만난 두 캡틴.clubmate

 

 

연장전을 앞두고 진영을 새로 정하며 다정히 격려를 나누었던 남미의 두 캡틴.

그리고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에는 다를것이라 생각했으나 지난 여름과 같이 소름끼치게 똑같은 진행, 어김없는 결과가 나왔지.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다시한번 연장전에서도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운명의 신은 불운한 승부차기로 인도했다. 나는 여전히 라 알비세레스테의 우승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으나

 

 

 

 

 

Ⅲ 승부차기에 실축한 첫번째 키커, 리오넬 메시

 

 

레오가 실축하자 조금 울고싶기는 했다.

지난 여름에는 리오넬 메시를 제외한 전원이 실축해 불운한 준우승으로 남고 말았는데, 가장 믿음직한 선수의 예상치못한 실축이 반가울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무관심한 타인이 무심히 내뱉는대로 레오가 ‘중요한 순간마다 실축하는’ 선수라는 문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 경기에서 진짜 중요한 순간마다 실축한건 최고의 찬스를 날려버린 이과인과 아게로거든. 아르헨티나 실패의 책임을 다른 선수에게 돌리는게 아니라-지당하게도. 나는 그럴 정도로 이성을 잃진 않았다- 결국 그 순간과 승부차기의 경중이 같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결국 레오의 이 실축과 네 번째 키커였던 비글리아의 실축으로, 라 알비셀레스테는 다시한번 칠레에 패하고 만다.

 

 

승부차기가 진행되는 내내 정면을 보지못하고 팀메이트들 주변을 서성였던 레오

 

 

비글리아가 실축하자 환호와 탄식이 섞여 엄청난 소음이 터져나왔는데, 레오가 무엇보다 이 자리를 벗어나고싶어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 슬프다. 실제로 레오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고 섣부르고 안일한, 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레오의 행동을 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레오가 슬퍼한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가서 안아주고싶다. 물론 레오가 원하지 않는다면 감히 그러리라는 상상조차도 하지않을 것이고.

 

 

 

 

 

 

 

 

 

 

 

 

 

 

 

 

 

 

 

 

 

 

 

 

 

 

 

…사실, 오.

기억을 더듬고 정신을 쥐어짜내어봐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슨 말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승부차기에 돌입하는 순간부터 이후 이어진 며칠동안 머리가 심각하게 복잡했고 레오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겠다는 인터뷰를 한 그 순간부터 단 한시도 유지되는 감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슬픔에 휩싸였다가 이내 분노가 치밀고, 진정되는가 하면 다시 연민이 일었으며 허탈했다가 걱정스럽기도 했다가 레오를 향한 숨길 수 없는 사랑을 다시금 깨달았다가 이내 서글프고 때때로 우울했다. 우울하다.

 

 

 

 

문제는, 나 스스로도 어느 부분에서 가장 우울함을 느끼는지를 알 수 없다는 거다.

거듭 말해왔듯 나는 승부차기 마저도 종료되기 전까지는 조금도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레오에 관한한 한없이 객관적인 판단과 시야를 잃게되는 것도 이유일 수 있지만, 나는 정말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질 것을 예상하며 경기를 관전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선수와 팀을 존중하는 방식이고. 그리고 패배에 대한 비통함에 깊이 빠졌다가, 이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을 것이다. 내 사랑하는 선수를 좀더 다독이고 그 어떤 결과라도 나는 지치지 않고 너를 사랑한다고 알려주기 위해서. 물론 평소같았더라면. 그런데 지금은, 글쎄.

 

 

 

 

레오는 언제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고싶어하지 않았기때문에, 벤치에 앉아 감당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내다보는 얼굴이나 팀메이트의 품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감정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내게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았는데-나는 그저 그와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 싶어했을 뿐이다. 주제넘게도-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하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못하는 레오의 이 모습은 슬픔을 넘어서더군.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정말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곧 레오에게 미안해졌다. 며칠이 지나 마음이 조금 진정 되었다고 gif를 만들고 경기를 정리하는 포스팅을 써내리는 내 지독한 팬심이 너무 끔찍해서. 그래서, 이 와중에도 레오에게 너를 사랑하노라고, 너를 믿고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응원할 것이며 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응원하는 것이 마땅한가 망설여진다. 물론 내 마음은 그 믿음은 변함없지만 내 이 한없이 일방적이고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랑의 방식이 리오넬 메시를 더 숨막히게 할까봐.

 

 

 

 

 

 

 

 

 

 

지난 여름, 코파 아메리카 2015가 끝나고 이어진 프리시즌 포스팅 중에서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레오가 차라리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팬들을 보니 마음이 더 무겁다며) 아르헨티나로부터 욕을 너무 많이 먹으니 차라리 국가대표 팀에서 은퇴 하라는건 리오넬 메시를 복수자로 만드는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 리오넬 메시는 자신의 빈자리를 선사함으로써 조국에 복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알비셀레스테 유니폼을 입고, 팀메이트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와 함께 우승하고싶어 한다. 그는 말했다. 아르헨티나와 함께 우승할수만 있다면 자신이 가진 그 어떤 기록과도 바꿀거라고. 아르헨티나의 태양 아래 월드컵을 들어올리는 것은 어린 리오넬 메시가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꿈꿔온 그의 바람이고 염원이다. 리오넬 메시 인생의, 단 하나의 염원. 레오는 비난에 아무리 지쳐도 이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팬들이 투정삼아 은퇴얘기를 거듭 꺼내 도리어 레오에게 또다른 종류의 압박을 하기보다 리오넬 메시의 이 열렬한 짝사랑을 존중했으면 좋겠다. 꿈의 결말에 대해 미리 생각하지말고, 그 과정을 믿어주는 것도 빛나는 여정이 되도록. 나아가 드디어 리오넬 메시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까지처럼.

 

 


 


그리고 이번 여름의 끝에는 레오가 정말로 은퇴를 발표했다.

단 하나의 염원,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 또다른 종류의 압박, 열렬한 짝사랑, 빛나는 여정이 되도록…. 이 얼마나 잔인하기 짝이 없는 말들인가. 아르헨티나가 패하자 다음날 온갖 저주와 조롱 비아냥을 퍼붓던 정신나간 아르헨티나 언론들과 리오넬 메시의 가치를 실감할 줄 몰라 은퇴 발표에도 슬퍼하지 못하는 그쪽 국민들의 복에 겨운 무지와, 팬이라는 이름 아래 맹목적 애정으로 퍼붓는 부담감은 결국 레오에게는 다 같은 무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진짜로 슬퍼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레오가 이대로 알비셀레스테 유니폼을 벗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부디 은퇴를 번복해주길 바라는 양가감정 사이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차라리 행복한(!) 무지에 대해 말했지.

리오넬 메시의 충격적인 은퇴선언 이후 떠나지마, 레오 라는 뜻의 #NoTeVayasLi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부터 레오의 은퇴를 만류하기 위한 이벤트가 시작되었는데, 도로위의 모든 전광판에서부터 시작된 이 간절한 메시지는 이내 온 인터넷에 퍼져 급기야는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1986 멕시코 월드컵의 주인공이었던 아르헨티나의 레전드들까지도 레오를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나는 사진 속 주인공들의, 들으면 다 알(!) 그 이름을 얼굴과 일일이 매치할 수는 없다. 86년 월드컵 챔피언이라니. 레오가 87년생인데(ㅋㅋㅋㅋ)! 하지만 이 사진에 그런 사연이 있다는 것은 새삼 감회가 새롭더군. 30년 전의 이 영광의 기억 덕분에 현재의 리오넬 메시와 그 후배들이 고통받는 아이러니함이 재미있지 않은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든 이들이 표면적일지라도, 전면에 나서 레오의 은퇴를 철회하기 위한 노력에는 일개 팬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레오는 라 알비셀레스테에서 은퇴해도 바르싸에서 볼 수 있다. 내 심장, 내 삶, 내 인생 속에서. 그러나 나는 아직도(!) 리오넬 메시가 월드 챔피언이 되는 그 순간을 향한 갈망을 접지 못했고 어떻게해도 그 믿음을 져버릴 수가 없으며 이 사실을 여전히 믿기 어렵다. 아직도 매일 인터넷에서 레오가 은퇴를 철회하는 기사가 뜨지 않을까 검색해본다. 그리고 다시 피어오르는 내 이기심에 미안함을 느끼고, 그럼에도 레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으며 그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슬프다.

 

 

종종 인용하고는 했던 닉 혼비의 <피버피치>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꿈이 없었을지 몰라도, 내 축구팀에 대해서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레오와 함께 알비셀레스테 주전들의 다수가 은퇴소식을 알렸고 이는 AFA의 부패 스캔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예상되기에 레오를 포함한 마스체라노와 아게로 비글리아의 은퇴선언이 더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로 진심일수도 있지. 무엇보다 레오는 성격상 은퇴를 충동적으로 입에 올릴만큼 가벼운 사람도 아니고. 레오가 5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피치위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고대하면서도 이 스쿼드를 마주할 기회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기에, 이 찬스를 놓치지않고 말하고싶다. 또 준우승. 정말 지치지도 않고 다시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지만(ㅋㅋㅋ),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순 없겠지만, 레오, 알비셀레스테. 그럼에도 매해 여름 참 뜨겁고 행복했어요. 내가 축구를 더욱 더 좋아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어요. 고마워요.